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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생활의 지혜

텔레비전 보는 법

영상 정보는 두뇌에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책만 갖고 공부해온 세대는 더욱 그렇다.

40대 이후가 거기 속한다.

파워포인트로 업무보고를 받으면 그땐 뭔가 알 것같은데 돌아서면 머리가 하얗게 지워진다. 동영상 정보는 용량이 커서 기억하기보다 버리는 걸 더 잘하는 것같다.

결국 두뇌가 기억을 잘 못한다.

독서를 하면 어휘와 연관된 이미지가 동영상처럼 흐르고, 자신의 목소리로 글을 읽는 환청이 귀에 들린다. 다만 두뇌에 이미 저장돼 있던 동영상과 소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로 저장할 필요가 없다.그래서 책읽기가 좋은 것이다. 두뇌용량은 적게 차지하면서 시냅스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 읽으면서도 독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읽어나가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이 문자와 연결된 측두엽 시냅스가 반응하는 것이다. 측두엽에 종양이 있는 사람들이 듣는 소리가 그런 종류다.

또 시커먼 비구름, 저녁노을 바라보며 하품하는 황소라고 쓰면 그 장면이 동영상으로 머리에 그려진다. 이게 환시다. 이 문자에 후두엽의 시각 시냅스가 반응하는 것이다. 귀신 보는 것이 이런 종류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독서는 모든 감각을 다 이용하기 때문에 두뇌 각 부위가 매우 활발해진다.

그런데 드라마, 영화 등은 그렇지 못하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두뇌의 여러 곳이 합작할 필요가 없다.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보다 기억율이 훨씬 떨어진다.

 

그럼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어떻게 하면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떠드는 것이다. 등장인물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고, 같이 보는 사람과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줘야 한다.

드라마작가 욕도 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도 하고, 대사도 바꿔본다.

지난 주 줄거리도 되새기고, 재미난 장면을 떠올려야 한다.

탤런트도 쟤보다는 아무개가 더 나을 텐데, 이렇게 피디처럼 상상해본다.

부부가 앉아 두런거리며 보면 더 좋다.

영화 역시 함께 보는 사람이 있어 줄기차게 떠들며 봐야 한다. 몰입하면 두뇌가 더 넓게 반응한다.

이런 식으로 본 드라마나 영화는 오래 기억된다.

 

그럼 오늘부터 남편 무릎 베고 드라마 보며 한없이 떠들어보자.

남편 역시 뉴스 볼 때만 떠들지 말고 이런 아내를 위해 함께 수다를 떨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