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오랜만에 맞는 흉년이다.
근래 십여년간 풍년이 연속 들어도 기쁜 줄 모르던 우리에게 풍년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하늘이 올해에는 뭔가를 보여주는가 보다.
쌀 남아돌아 농민들이 미칠 지경이라고 아우성이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도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불평해댔는데, 올해는 그럴 일이 없을 것같다.
물론 쌀농사는 아직 큰 피해가 없는 듯하다. 태풍 곤파스가 후려쳤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고, 대체로 무난하다.
문제는 벼처럼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 아니라 싫어하는 작물이다.
물 좋아하는 벼, 토란, 미나리 같은 거야 대풍이지만 물 싫어하는 작물들은 차마 바라보기 민망하다.
특히 햇빛을 더 많이 받아야 할 과일이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바이러스 감염이 많아 푹푹 썩어간다. 농약을 갖다 들이부어도 안될 정도란다.
고춧값, 과일값 많이 오를 것같다. 값 올라도 소출이 적으니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마찬가지다. 아무도 덕보지 못하고 서로 손해다.
포도, 사과, 배는 당도가 떨어질 텐데 더러 맛있거든 할 수없이 뭐 뿌려줬구나 생각하고 맛있게 맛보기 바란다. 아래 사진 보면 그런 마음 이해가 간다. 농약치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우리 어머니는 "너희들이 농약 안해줘서 폐농했다!"면서 지난 8월 하순에 고춧대를 죄다 잘라버렸다. 원래 고추는 10월까지도 꾸준히 따는 건데, 올해는 탄저병이 심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 기상청에서 말하기를 올해는 가을온도가 낮아서 단풍이 고울 거라고? 이미 이 지경인데 뭐가 어째?
- 단풍나무 잎이 이렇게 병들었는데 아무리 물이 잘 든들 곱기는 글렀다.
- 처참한 고추나뭇대.
- 고추가 탄저병에 걸려 검게 썩었다.
- 산초인가 계피인가 사진으로 잘 구분이 안가는데 열매가 실하지 못하다.
- 요건 청양 특산 구기자인데 이 모양이다. 이제 꽃피는 거라도 빨갛게 익을 수 있을까.
- 구기자 밭이 죄다 저렇다. 이거 보고 냅다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우리 농민들 두 번 죽이는 거다. 저온창고에 아직 작년 구기자 많은 모양이더라. 그거나 사주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 사진처럼 잘 익은 과일도 있다. 말 안해도 알겠지만 농약을 제때 잘 쳐주면 이렇게 된다. 사진 중 사과는 추석에 밀양얼음골에서 찍은 건데, 9월부터는 농약을 안치기 때문에 수확기인 11월에 이르면 잔류농약이 전혀 없다. 안심해도 된다. 맨아래에는 기분 좋으라고 상사화 한 무더기 사진을 올린다. 역시 밀양 산내에서 촬영한 것이다.
- 이 나무만 잘 열리고 나머지는 잘 안됐다.
- 밀양 얼음골 사과다. 알이 굵지 않은데, 10월부터 커지기 시작해 수확기에는 제 모습을 찾는단다.
- 미친 사과. 다른 건 다 퍼렇게 자라는 중인데 이놈들만 익어버렸다. 사람이고 작물이고 조숙한 놈은 꼭 있는 법이니깐.
- 담벼락 페인트가 흐릿해서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분위기가 나지만 실제 사진이다.
너라도 보니 근심이 삭는다.(상사화 혹은 꽃무릇 또는 석산이라고 한다) (사진 퍼가도 좋음. 고화질인데 이렇게 보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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