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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고추나무

20여년 전 한 중년(*중견이 아니라)의 드라마작가가 고추를 보고는 푸른고추나무, 붉은고추나무가 서로 종이 다르냐고 내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작가란 이가 그런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경악하고 말았지만, 이후 텃밭에 고추를 심으면서 생각을 바꿔보았다. 푸른고추, 붉은고추가 종이 다르다는 몰상식이야 어쩔 수없지만 고추를 풀이 아닌 나무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을 바꾼 것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자라는 고추는 1년생 풀이다.

 

하지만 아래 사진을 보라. 무려 고추가 1만 개나 열렸다. 나무 굵기도 만만찮다.

- 충남농업기술원에서 기른 <고추나무>

 

그런데 '빌어먹을 기자놈들'이 상상력이 없다보니 이 고추나무가 몇년생인지를 묻지 않는다. 여러 기사를 다 검색해보았는데도 없다. 아무리 봐도 몇년은 기른 고추나무인데 그런 상식이 없다보니 기자들이 묻질 않는 것이다. 풀이 나무된다는 사실에도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뭘 알아야 궁금하지. 기사 중에 10년생 가지나무가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고추나무도 제법 나이가 있을 것같다. 밑동으로 보건대 적어도 5년 이상은 기른 듯하다.

충청도 예산에서 전시한다니 기어이 가서 보고, 관계자에게 물어봐야겠다.

 

사실 나도 고추를 풀이 아닌 나무로 길러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화분에 심어본 적이 있다. 고추가 풀이 아닌 나무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나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부족으로 저렇게 열매를 많이 맺게 하지는 못했다. 예산에 가거들랑 기술 좀 전수받아와야겠다.

 

내가 관심갖는 것은, 풀도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가지도 10년생이 있는데, 풀도 기르기 나름이다. 고추, 가지 말고도 그렇게 기를 수 있는 풀이 제법 있을 것이다. 풀이 되느냐, 나무가 되느냐도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사람 또한 그러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