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감 따는 날>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웬일인지 사진이 다 날아가버렸다.
도로 찾아 넣어야겠다. 블로그 사진이 슬금슬금 빠져나가는데 그 까닭을 모르겠다. 내 잘못인지 다음 측 잘못인지 모르겠다.
10월 30일 오후 5시경에 반시 감을 형제들과 함께 땄다.
(2008년에는 11월 12일에 따도 싱싱했는데 올해는 10월 30일에 따는 데도 너무 늦어 냉해가 심하다.)
큰형과 네째동생이 나무에 올라가고 나하고 막내가 아래서 받아가며 정리했다.
둘째형만 바쁜 일로 빠졌다.
지나가던 사람이 경매 나온 땅 번짓수를 묻는데 형이 대답하니, "어르신, 고맙습니다"하면서 가던 길 간다.
'허, 고이얀 놈'
그들이 간 뒤 대체 어르신의 정의가 뭐냐고 형제들끼리 토론을 해보았다.
어르신이란 노인에 대한 경칭이니 노인을 규정하는 법률을 따르면 되지 않느냐고 네째가 말한다.
그러면 법률상 만 65세가 넘으면 어르신이라니 우리 형은 해당이 안된다. 올해 환갑이니 61세로 4살 부족이다. 다만 머리가 백발이라 종종 오해를 받는다.
- 회갑 기념으로 청남대에 놀러갔을 때 내가 찍은 사진.
얼굴에 난 기미만 몇 개 레이저로 지지면 열 살은 줄일 수 있겠다.
막내가 말하기를 그래도 70은 넘어야 노인이라고 하지 그 이전 분들에게 노인이니 어르신이니 하면 욕먹는다고 한다. 증권회사 경력이 묻어나는 말이다. 웬만큼 나이 들어보여가지고는 어르신이라고 안하는 게 유리하단 뜻이다.
동의한다. 나같아도 70 이전에 어르신이라고 하는 놈이 있으면 한 방 쥐어박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젊은 것들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아무한테나 어르신이라고 한다. 나도 간호조무사들한테 이미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봤고, 우리 막내는 불과 48세인데 그 소리를 들었단다. 물론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보자면 48세인 우리 막내며 53세인 내가 좀 늙어보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좀 억울하잖은가.
그냥 아무개 씨라고 불러주면 안되겠나. 100미터 15초에 주파 가능하고, 500미터 산 정도는 한번 안쉬고도 올라간다. 저 아래 사진 보면 알겠지만 우리 큰형은 61세인데, 올가을 주말이면 꼭 산에 올라가 버섯을 따오곤 했다. 다람쥐처럼 산을 잘 탄다. 정말 노인이라면 저 나무꼭대기까지 올라가 감을 따겠는가.
난 내가 겪어보니 70세가 된 분이라도 어르신이라는 말을 입밖으로 못내겠다. 60대는 무조건 아저씨고, 70대가 되어도 호칭을 찾아본다. 요즘 호칭이 오죽 많은가. 호칭 못찾을 때는 70대든 80대든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부르면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같다.
그나저나 올해는 감 농사가 영 시원찮다. 농약 치며 기르는 농장이라면 사정이 다르지만 우리처럼 심어만 놓고 매년 가을녘이면 세리들처럼 나타나(조선시대 얘기지) 무조건 따가기만 하는 불량주인들 소유 감나무는 소출이 형편없다. 그러다보니 거의 야생으로 자라고, 올해 같은 경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여름철에 우수수 떨어져버렸다.
그래도 이 날 딴 나무는 언덕에 뿌리박고, 마침 그 아래에 소외양간에서 나오는 거름야적장이 있어 그럭저럭 열렸다.
따고보니 곶감 켤만큼 여문 건 드물고 된서리를 맞은 탓에 조금씩 물러버린 게 대부분이다. 그런 건 그냥 두었다가 마저 물러 붉은 홍시가 되거든 먹어야 한다.
- 왼쪽은 우리집 네째 51세, 오른쪽은 큰형 61세. 촬영 시각은 오후 6시 1분이다.
- 곶감 켜는 중
- 이제 햇볕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반건시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 요건 우리 고향 특산 골감. 씨없는 감이라 따뜻한 물에 담가 하루쯤 두면 떫은맛이 사라진다.
- 골감 우리는 중. 내일 오전 10시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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