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형제들과 감을 딸겸 고향에 내려갔다.
어머니가 감 딸 때 됐는데 주말에 안올테냐는 전화가 네째한테 걸려온 모양이다.
어머니는 무슨 구실이든 붙여 자식들 불러내릴 머리만 쓰신다.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손자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자고 꼭 네째집에 전화를 걸어댄다.
그렇건만 이 손자놈은 "나, 집에서 엄마하고 놀 테야." 하면서 따라나서질 않더란다. 어머닌 손자 얼굴 못보는 게 아쉽지만 내색은 못하고 자식들이 하나둘 들이닥치는 것을 보는 것으로도 벌써 웃음꽃이 만발한다. 오늘은 우리 자식들 오는 날, 누구누구 올까, 이러면서 헤실거리며 동네를 쏘다니시는가 보다.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하여 어머니를 찾아보니 그새 팥을 거두시고 있다.
"왔니? "
늙은 자식이라도 내 자식이 제일인겨?
- 지금 거두는 작물은 붉은 팥이다. 힘이 없어 다 거두진 못하고 꼭지만 따서 그릇에 담고 있다. 아래, 9월 초에 찍은 붉은 팥 꽃사진이다.
- 다 거두면 팥 두 되 정도는 건질 모양이다. 이것으로 동짓날 또 자식들에게 전화걸어 "팥죽 쒀줄 테니 오너라." 이렇게 유혹하시겠지.
- 개울 건너 골감. 덜 달린만큼 알이 굵다. 너무 많이 열리면 안따고 두는 수도 있는데, 올핸 알뜰히 딴다.
- 단풍구경은 틀렸다. 잎에서 물이 빠지기 전에 된서리가 내려 푹 삶아놓은 것처럼 색이 바랬다. 오가면서 보니 청양, 예산 일대는 다 이러했다.
- 단풍이 붉기로 유명한 옻나무가 이 지경이다.
- 이 와중에도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국화만은 제 철을 맞아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벌 한 마리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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