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자들은, 늑대의 일부가 인간을 위해 외부 침입자를 지켜주는 대신 먹이를 얻어먹는 공생관계를 맺으면서 오늘과 같은 반려동물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개들은 외부 침입자에게는 사납게 굴지만 주인에게는 온순하게 굴고, 그대신 먹을거리를 갈구한다.
사료통을 만지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며 꼬리를 치고 기생처럼 흥흥거린다.
잠시 떨어졌다가도 주인을 다시 만나면 미쳐 죽는다. 그러면 먹을거리가 나오니까 그 방향으로 진화가 된 듯하다.
이게 오늘날까지 개의 역사다.
내가 기른 열 마리 넘는 개들이 이 법칙을 벗어나지 않고 다 그러했다. 주인을 무조건 따르고 좋아하고 애를 태우며 먹을거리를 기다렸다.
하지만 여기 괴이한 놈이 나타났다.
이름은 리키 도조(내 닉네임), 요크셔테리어 1년 조금 넘은 사내놈이다.
주인이 자자고 해도 싫다며 깜깜한 거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다. 대부분의 개들이 주인이 끌어안고 자자면 얌전하게 파고드는데 이 녀석은 졸리면 자고 안졸리면 절대 안잔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주인 코앞에 앉아 있기도 한다. 그러다가 '모닝콜'이 울리면 그때부터는 인정사정볼 것없이 긁어대고 소리지르며 주인을 깨운다.
밥 먹을 시각인데 잠이나 쳐자느냐고 따지는 기세다.
사료 주는 데 주인이 좀 더듬적거리면 꽝꽝 소리내며 서둘라고 야단친다.
밥을 얻어먹자는 게 아니라 내놓으라는 거다. 같이 사는 말티즈 바니는 밥을 줄 때까지 얌전하게 앉아 기다리거나 좀 급하면 낑낑거리는 정도가 전부다.
이놈은 주인을 다그치고 나무라고 심지어 급할 때는 물려고도 한다.
서둘러, 서둘러, 나 배고프단 말이야, 이러는 거 같다.
배가 불러 기분이 좋아지면 제 장난감 통에서 공을 하나 물고와 주인 앞에 툭 던진다. 던져보라는 것이다. 네가 던지면 내가 운동삼아 물어오마, 이거다. 하, 전에 기르던 애들은 주인이 먼저 던지고 "물어와!" 이렇게 시키는 구조였는데 이놈은 내가 물어올 테니 "던져봐!" 이렇게 바뀌었다.
낮잠 잘 때 포근하게 주무시라고 담요라도 덮어주면 곤히 자는 저를 깨웠다고 마구 나무란다. 주먹만한 것이 으르렁대며 물려고 한다.
저 잘 때는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 한잠 자고나서 기분이 좋아지면 장남감통으로 가서 빽빽 소리가 나는 배추를 물고 한참 씨름한다. 그러다 곰돌이 인형 물고 이리저리 흔들고 집어던지는 놀이를 혼자 즐긴다.
장난감놀이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10여분 정도는 너끈히 곰돌이를 잡는다.
저 기분이 안좋을 때 안아들면 안은 주인 손을 물려고 한다.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주인이 안아주는데도 싫다고 하는 놈은 처음 보았다.
저 원할 때 산책나가야 하고, 저 원할 때 간식이 제공되어야만 한다. 산책나가서도 저 다리 아플까봐 안아들면 사지를 요동치며 거부한다. 그러고는 슬개골이 있는 놈이 전속력으로 뛰어다닌다.
이놈이 지금 누가 주인인지 착각하는 것같다. 내가 기른 모든 개들은 내가 주인이라는 걸 명확히 구분했는데 리키도조는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같다.
개는 서열을 중시한다는데 이놈은 지금 우리집에서 지놈 서열이 제일 높은 줄로 아는 것이다.
너무 작아서 야단치기는 그렇고 어떻게든 서열을 정해야겠는데 잘 안된다.
벌을 주나, 굶기나...
인간과 개의 역사에서 나와 리키도조가 대표선수가 되어 겨루는 중이다.
- 곰돌이 잡는 중. 뱅뱅돌리다가 휙 집어던진다.
- 꼭 사냥하듯이 으르렁거리며 곰돌이를 잡는다.
- 음, 가을단풍이 곱구나... 놀이터에 나온 애나 강아지 없나 감시하는 건 리키도조의 주요 일과다.
- 낮잠 자는 리키도조와 바니. 결코 나란히 누워 자는 법이 없다.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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