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만수 경상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도량형 표기 단위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했다. 맞다. 하지만 제목이 "엉터리 단위 표기 많아" 정도로 했으면 좋을 텐데 '한국'이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한국'을 집어넣어야 좀 거창해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습관적으로 '한국'을 들먹이는 건 비과학적이요, 비교육적이다.
더구나 전 교수는 틀렸다고 나무라기만 하지 뭐가 맞는지 독자들에게 설명을 안한다. 이건 전만수 교수의 잘못일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편집자도 잘못한 것이다. 이런 기고문을 실어줄 때는 사회에 그런 현상이 있다고 동의한다는 의미인데, 정작 오답만 있지 정답은 안보인다. 지면 제한이 있어 원고를 잘랐는지는 모르지만, 잘랐다면 더 잘못된 것이다. 뭐가 중요한지 편집 가치를 잘 모른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너무 잘 아는 것은 남들도 다 잘 알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전문가, 직업인들이 뒤섞여 살기 때문에 누군가는 내가 가진 상식을 모르는 이가 있고, 나는 누군가의 상식조차 까마득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
답답해한 독자가 댓글로 정답을 달아주었다. 댓글까지 보시기 바란다.
도량형을 표기하는 영문약자는 지식인들조차 쉽게 틀린다. 대문자로 표기되는 것도 있고, 소문자로 표기되는 것도 있다. 이 글 쓴 교수도 다른 분야 도량형 약자는 잘 모를 것이다. 소문자와 대문자가 뒤섞여 있는 부호도 얼마든지 있다. 전문가 아니고는 잘 알 수가 없다.
얼마 전 미군 병사들이 "3+X=5일 때 X는?"이란 문제에서 X를 모른다고 나무란다는 기사가 버젓이 나온 적이 있다. 수학에 X는 곱하기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달리 표기한다.(컴퓨터 자판으론 표기 못하겠네....) 중앙일간지도 이런데 다른 것쯤이야 언제든 틀릴 수 있다. 물론 신문사들도 나처럼 표기하는 법을 몰라 그냥 나갔을 수도 있겠다. 손으로 쓸 수도 없고.
난 이렇게 친절하게 자료 올린다. 명색이 사전만드는 사람인데, 이런 지적이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도량형 책을 만들어 놓기만 하고 아직 출간하지 못했는데, 어서 내야겠다.
사실은 요 위에 글쓰기 창에 나타나는 특수문자 마크 *를 누르면 나온다.
'이재운 작품 > 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레말큰사전이 수상하다 (0) | 2011.01.14 |
---|---|
할머니란 무슨 뜻인가? (0) | 2011.01.01 |
우리말 망치는 공무원들 (0) | 2010.12.25 |
이순신, 장군인가 제독인가 (0) | 2010.11.19 |
외국인에게 한국식 이름 지어줄 때는 (0) | 2010.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