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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허신행을 읽다

[스크랩] `안철수신드롬`의 정체는 무엇인가?

'안철수신드롬'의 정체는 무엇인가?

- 안철수 신드롬의 진원지는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붕괴되고 새로운 한몸사회가 다가오는 과도기혼돈 속 국민욕구 분출의 화산이었다

 

- 허신행 박사 

 

안철수 교수가 한국 정치판을 거대한 태풍처럼 뒤흔들어놓아 화제꺼리다.

지난 2년여 동안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청춘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20~40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끝자락에서 때마침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맞닥뜨려 일어난 태풍급 신드롬이 장안의 화제다. 이 신드롬은 지난 9월 1일부터 단 1주일 만에 일어난 정치 태풍이었다. 그것도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 중’이라는 안 교수의 말 한 마디에 여론조사 지지율 50%를 넘는 1위 후보로 정국을 강타함으로써 여야 정치권은 경악했고 패닉상태에 빠져버린 기이한 현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50% 대의 지지를 받는 안 교수가 5%의 약자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쉽게 양보한다는 것이었고, 안 교수를 지지하던 표의 70%가 박원순 변호사에게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이로 인해 안 교수는 순식간에 유력한 대권 후보 반열에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철옹성이었던 '박근혜 대세론'을 한때나마 무너뜨렸다는 사실이다. 이런 돌풍은 한국 정치 근대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신드롬이다.

 

재미있는 것은 추석을 전후해 일어난 안풍(安風)에 대한 분석과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욕구의 반영’이라고 평해서 오히려 일부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변화의 대상에 왜 본인은 제외시켰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칼럼리스트들의 반응은 다채롭다.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경제 민주화다”(정영무 한겨레 논설위원), “안철수 열풍은 신뢰받는 지도자에 목마른 민심이 안철수라는 아이콘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정남기 한겨레 경제부장), “안철수 돌풍은 정당개혁 요구다”(조윤제 서강대 교수, 중앙일보), “안철수 태풍은 예고편이다. 정치권이 잘못하면 해일과 강풍을 동반한 진짜 태풍이 올 수도 있다”(강천석 조선일보 주필), 심지어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이용훈 대법원장은 “안철수씨가 선풍적인 지지를 받는 것을 보고 좌우 이념 대립 없이 협동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 여론의 표출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에는 “기성 정치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도자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빚어낸 현상”, “냉전시대적 좌우 이념을 빙자해 권력을 나눠먹고 있는 기존 정당들에 대한 경고이자, 탈이념적이며 상식과 소통이 통하는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대하는 시대적 요구”, “안철수 신드롬은 갑자기 튀어나온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와 희망을 향한 시대혁명”,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고용창출의 본산인 중소기업의 쇠락, 빈부격차와 양극화 심화, 청년실업, 비정규직, 등록금 문제 등이 심각하게 일어나 젊은 층을 비롯해 서민과 중산층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도 기존 정치권은 해결 능력 없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싸움을 일삼고 있는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란 등 다양한 견해가 떴다.

 

세상만사에 찬반이 있게 마련이라서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많았다. 안철수 교수를 향해 “나이브한 사람”(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거품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야”(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예언자, 젊은이의 멘토, 정치인, 이 모든 것을 다 하겠다 말하지 말라”(박효종 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강남좌파 안철수와 극좌 박원순 간의 기획된 정치쇼”(한나라당 대변인), “단일화는 코믹드라마”(변웅전 자유선진당 대표), 심지어 이회창 전 대표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까지 혹평했다. 이 혹평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있을 것처럼 비치는 안철수 교수의 자만심을 놓고 평가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여간 분명한 것은 안철수 교수가 20~40대 사이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는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부유한 집안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망의 대상인 의사 직업을 벗어던지고, IT의 생소한 사업에 뛰어들어 ‘안철수연구소’라는 보안회사를 성장시켜 백신을 무료로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거액 인수제의도 마다하지 않고 토종기업으로 남았으며, 도전을 거듭해 외국에 나가 다시 MBA를 공부하고 돌아와 카이스트(KAIST) 후학들을 위해 가르치다가 이젠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으면서도 지난 2년여 동안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함께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청춘 콘서트’를 여는 등 부단히 노력하는 학구파다. 그런 그에게 비록 부족함이 다소 있다손 치더라도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자본주의 산업사회 이후의 새로운 문명사회에 대한 필자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해서 안철수 신드롬을 살펴보면 여기엔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고 진원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금은 서구 선진국들로부터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서구 자본주의는 상업자본주의→산업자본주의→독점자본주의를 지나 지난 4반세기 동안 금융자본주의를 거쳐 이제 말기에 접어들었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혼전, 환율전쟁, 금융위기와 도덕적 해이, 시장 쟁탈전과 무한경쟁, 빈부격차와 양극화, 실업률 상승 등에 따른 젊은 층은 물론 서민과 중산층의 불만 및 폭동 등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말기 현상이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등지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진동을 알아차리고 산으로 들로 줄달음쳐 살아남은 생명체는 대부분의 동물들이었다. 자연경관에 도취되고 사회현상의 고뇌에 찬 인간들은 지진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을 당했다. 그러나 지적인 선입관이나 도취감 없는 동물들은 순수하고 맑은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자연의 대지진을 미리 감지하고 달아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의사인 안철수 교수나 박경철 원장 같은 순수한 지성인은 물론 큰 욕심 없이 순수하게 살아가는 일반 젊은 세대들은 시대의 아픔을 쉽게 감지할 수 있고 서로 공유할 수 있기에 거대한 문명의 전환과 충돌 속에서 용암이나 태풍과 같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이들은 시대 변동의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를 것이다. 또 문제 해결력도 가지고 있진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산업사회 이후의 새로운 문명사회는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엔 힘든 IT, NT, BT 등의 첨단기술에 의해서 65억 전 인류가 오감을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세상, 하나의 사회, 하나의 국가,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 진화되는 사회다. 이처럼 거대한 전환기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산업사회 말기 현상이요, 어두운 여명의 새로운 문명사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답답하고 외롭고 고독한 집단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젊은 층의 이런 외로움과 고독을 파고 든 사람이 바로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이란 젊은 의사들이었다. 이들은 집단우울증에 빠진 젊은이들을 향해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가가 진단하고 함께 고민하는 ‘청춘 콘서트’를 가졌다. 정치적인 야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폭발적인 돌풍에 놀라 숨어버렸다.

 

그렇다면 사회 정치 지도자들은 안철수 교수나 박경철 원장처럼 마음을 비우고 서로 머리를 맞대가며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슬기롭게 보내고 새로운 문명사회를 맞아들일 지혜를 젊은 층은 물론 온 국민과 함께 찾아보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안철수 신드롬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새롭게 부활하여 세계 중심국으로 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허신행 박사는 ROTC 4기로, 서울대학교 졸업 후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과 농림수산부 장관 등을 역임하였으며, 1980년부터 27년간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산업사회 이후의 새로운 문명사회에 대해 연구, 『한몸사회』라는 7권의 전집을 포함, 22권의 저서를 내놓은 학구파다.

출처 : 용인타임스
글쓴이 : 개마고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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