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 13일 오후 부산에서 32세의 한 여성이 자신이 기르던 애완견이 죽자 착화탄을 피워 일산화탄소(2CO ;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혈액이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방해, 질식사를 유도한다) 질식으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김씨라는 이 여성은 애완견과 함께 있고 싶다며 같이 묻어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당연히 악성 댓글이 붙는다. "그렇게 사람을 사랑해보지."부터.
난 다른 시각으로 본다.
이 여성의 나이는 32세로 나오는데 그러면 우리 나이로 33세, 결혼적령기를 넘기었는데 짝을 찾지 못한 상태이고, 일부러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왔다는 것으로 보아 사회적 관계가 감소됐을 것으로 보인다.
난 싫든 좋든 사람은 사회적 관계를 많이 맺으면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디 진화과정에서 집단생활을 했고, 집단의 보호를 받으면서 또한 통제를 받아왔다. 그런데 현대생활에서는 1인 가구가 늘고, 노인만 사는 가구가 늘면서 고독을 이기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이웃과 소통하는 데 실패하고, 그 대안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나 노인들이 경로당, 교회, 사찰, 봉사단체, 일자리 등 사회생활에 열심히 참여하면 좋은데 그나마도 잘 안되고, 좀 더 행복한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줘야 하는데 대개 그렇지 않다. 저 위에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지"라고 댓글 단 사람도 그의 주변에 보는 '고독한 사람'들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잘 보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저런 자세가 이들을 자살로 내모는 것이다.
오죽하면 애완견을 반려로 삼아 애지중지 정성을 쏟고, 마침내 목숨을 나눌만큼 절실해졌는지 그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경기도 <무한돌봄(전화 031-120)> 사례를 보면, 결국 사랑 부족으로 이들이 지치고 힘들어 자신들의 영혼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작은 손길만 내밀어도 이들이 희망을 가질 텐데 주변의 시선이 너무 싸늘하여 이들은 숨을 곳을 찾고, 그러다 애완견이라도 길러 안정을 찾으면 다행인데 그나마 애완견을 기를 경제력이 안되는 분들은 가장 쉬운 방법인 자살을 택하는 수가 더러 있다.
정신질환자나 노인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애완견을 맡겨 생활하게 하면 증상이 많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교도소에서는 흉악범 수감자들에게 애완견을 기르게 하면 인성이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로 볼 때 범죄든 자살이든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의미다.
사실 애완견이 정신질환자나 우울증 환자, 수감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애완견 자신도 사랑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애완견들이 곧 사랑 결핍증에 걸린 동물이다. 끝없이 주인의 사랑을 요구하고, 사랑받은만큼 애절하게 다가온다. 주인을 잃으면 굶어죽거나 정신이상 현상을 보이는 애완견도 있다.
이러한 반려동물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역시 사람에게도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애완견은 사랑을 주는 주인을 배신하는 법이 없다. 주인의 계급, 빈부, 성별, 노소를 묻지 않고 무조건 사랑한다. 목을 졸라도 주인이 조르는 거라면 기꺼이 죽겠다고 할 정도다. 안락사 순간에도 주인 눈만 간절히 바라보는 최악의 중증애견을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그걸 보고 주인들도 자신의 가슴 속에서 잠자던 사랑, 잊었던 사랑을 되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열댓 마리 정도의 애완견을 길러왔고, 그중 열 마리 정도를 내 품에서 하늘로 보냈다. 세 마리는 암내 찾아 집 떠난 뒤 아직 안돌아왔으니 아마 각자 하늘로 갔을 것이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경계가 존재한다. 이 경계마저 무색할만큼 완전 동화되는 사람들은 사랑병에 걸린 것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신이 더 건강해지고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애완견 안고 심각한 표정으로 길을 가는 젊은 여성이나 노인을 보면 일부러 말을 걸어주거나 웃어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웃고 먼저 말 걸자. 사랑이 최고의 약이다.
- 이 아이들이 바라보는 사람은 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6세에 심장질환으로 사망,
17세에 노인성 질환으로 사망, 16세에 심장판막증, 폐수종 악화로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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