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아버지 가신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라 어젯밤 유세 차 내려가 있던 진주에서 고향 청양으로 올라와 11시 30분에 제사를 드렸다.
오늘 아침 나절에는 형제들과 감자를 놓은 뒤 동생을 시켜 사놓은 참옻나무 묘목 300주를 가식했다.
원래 큰 밭에 바로 심으려 했는데 묘목 몰골을 보니 풀밭에서 견딜 것같지 않아 일단 두 해 정도 텃밭에서 더 길러 내보내기로 했다.
30만원 어치 묘목인데 하도 같잖아 우리 참옻나무 밭에 가 씨앗이 떨어졌나 살폈다. 뜻밖에도 굉장히 많이 보이길래 주워다가 점심 먹는 동안 물에 담가 두었다. 그런 뒤 밭에다 무작정 묻었다. 싹이 나면 나고 말면 말리라.
그런 뒤 꾸지뽕나무 뿌리를 캐러 가자고 해도 형제들이 시큰둥하여 네째가 밭둑에 있는 꾸지뽕 가지를 잘라와 그걸 자귀로 잘라 박스에 담았다. 큰형이 늙어가다 보니 산 오르는 게 쉽지 않은 것같다. 재작년 봄에는 형제들이 산으로 몰려가 우리가 기르는 꾸지뽕나무 몇 그루를 캐다 잘 나눠 먹었는데 올해는 하자, 하자 내가 노래해도 안된다. 나중에 밭에 심어둔 것이나 포클레인이나 트랙터 같은 것으로 캐어 쓸 수밖에 없을 것같다. 형도 늙어가고 나도 늙어가니 이런 낭만이 점점 멀리 달아난다.
어머니가 며느리들과 달래, 냉이, 풍년초 따위를 다듬는 걸 보니 4월은 시골 사는 맛이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 온갖 산나물이 나고, 여러 가지 나무 순을 마음껏 따먹을 수 있다. 막내동생이 다음 주 일요일에 또 모이자고 선동하는데, 다 그러자는데 나만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쯤이 선거 유세로는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니 도저히 올 수가 없다. 하고 싶다고 다 하면서 살 수 있다면야 오죽 좋으랴만 하고 싶은 마음만은 누를 길이 없다.
- 진주 유세 중 막 피기 시작한 자목련을 보았다.
- 진주 소싸움 경기장 입구에서 내가 지원유세 중인 기호 8번 최구식 후보 운동원들이 드나드는 관람객을 상대로 율동을 보여주고 있다.
- 경기장 뒷편 외양간에 가보니 이런 황소들이 출전 대기중이었다.
코뚜레가 금속으로 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힘좋은 황소들이라 제압하기 쉽게 하려고 그러는 것같다.
- 소싸움을 처음 보았다. 소들이 잘 안싸웠다. 싸우라고 채찍을 내리치고 소리를 질러야 마지 못해 머리를 들이받곤 했다. 이 앞 팀은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아 그냥 퇴장했다.
- 유세 중에 본 산수유나무꽃. 가까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충청도에서 동백으로 부르는 생강나무는 아닌 것같다.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꽃과 거의 같다.
- 매실꽃인 것같다. 매화는 내 블로그 친구가 이 날 광양에 가 많이 찍었단다.
보내온다니 좋은 사진을 골라 이 블로그에 올릴 참이다.
- 내가 유세하기 전 율동팀이 먼저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노래 몇 곡이 끝나야 내가 올라간다.
- 이 날 유세를 마치고 부리나케 청양으로 달려가니 귀하신 우리 조카 명원이가 눈 비비고 있다.
- 아빠 따라 할아버지 제사 지낸다고 서 있지만 졸음이 밀려드는 모양이다.
- 두 조카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할아버지께 술을 올리고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아우들에게 아이가 없어 노심초사하셨는데, 하늘 가셔서 게으른 이 놈들 잡아다
억지로 하세시킨 모양이다. 큰놈이 초등 3년 애비는 쉰셋, 작은놈이 초등 1년 애비는 쉰이다.
- 작년 초겨울, 어머니와 함께 심은 마늘이 잘 자라고 있다.
아래 사진이 작년에 어머니와 네째가 마늘 놓기 위해 땅을 다지는 장면이다.
멀리 조카 동규와 막내동생이 비닐을 치고 있다.
- 오늘 형제들과 어머니가 감자를 놓았다. 난 비닐 사러 청양장 다녀오느라 손에 흙을 묻히지 않아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나를 제외한 형제들의 노동.
난 비닐 사러 청양장에 갔다오느라 감자 한 알 놓지 못하고 막판에 사진만 찍었다.
- 작업이 끝난 감자밭. 이 앞쪽은 부추밭이라 손대지 않았다.
- 내가 주워모은 옻나무 씨다. 이걸 물에 불려 오늘 밭에 심었다.
- 봄나물 다듬는 어머니와 며느리들. 며느리 아닌 듯한 사람은 장형, 63세.
- 나물 다듬는 중에 낮잠 자는 둘째형, 그리고 그런 형 단잠 방해하는 줄도 모르고 소파 등받이에 올라가
텔레비전을 보는 조카들
- 꾸지뽕나무 다듬느라 자귀 꺼내다 일했다. 손작두가 잘 안먹어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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