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출퇴근 없이 살아가는 내가 더 바빠 그 사이 봄이 온 줄 까마득히 모른 채 살았다.
오늘 동백 향린동산에 사는 누이가 오래서 갔더니 그 집 마당 가득 봄이 온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내가 왜 이렇게 인생을 바삐 살고 있는지 순간 슬픔이 확 밀려들었다.
작년 봄, 딸이 교정에 핀 벚꽃을 구경하다가 "아빠, 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병치레하느라 꽃 구경할 새가 없던 아이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가까스로 눈을 뜬 것이다.
다 접고 시골로 내려가버릴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은 시골이라고 해서 촌놈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얼마든지 인터넷 되고, 문화 생활, 문명 생활이 가능하다.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시고, 나는 부평초처럼 남의 도시를 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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