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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나무 심으러 가서

<전원 이야기>는 겨울철이면 적을거리가 별로 없다.

더구나 올해는 어머니가 겨울나러 대전으로 가셔서 시골에 갈 기회가 없었다.

지난 설에는 가족들이 펜션에 놀러가듯 시골집에 잠깐 들렀을 뿐이다.

나라도 전원주택에 눌러살면 좋은데 지금은 아파트에 몸을 의탁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쓸 거리가 없다.

 

오늘은 3월 18일, 나무 심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자주 갈 수가 없어 오늘 식목행사를 하기로 했다.

물론 참옻나무를 100그루쯤 심기로 결심했는데, 묘목을 확보하지 못해 오늘은 심지 못했다.

 

식목한 나무 / 10년생 은행나무 6그루, 3년생 복숭아 1그루, 3년생 호두나무 1그루,

꾸지뽕나무 20여 그루, 대추나무 3그루

 

은행은 이미 100여 그루 정도 심어 놓았지만 빈밭에 더 심었다. 은행은 수확하면 아는 분들에게 두뇌건강용으로 드리려고 일부러 많이 심는다. 은행을 자주 먹으면 뇌관련 질환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혈행이 아주 좋아지고, 방광기능이 향상된다. 내가 늘 추천하는 최고의 식품이다.

꾸지뽕나무는 황금색 뿌리를 캐어 달여 마시면 좋다. 여자에게 대단히 좋다고 하는데, 남자에게도 좋다. 꾸지뽕에서 열리는 오디는 가을에 열리는데, 이 역시 효소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꾸지뽕나무는 50여그루 정도 심어 자라고 있고, 언제든 캐먹을 수 있는 꾸지뽕나무밭이 산중에 따로 있지만 아는 분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더 심는 것이다.

옻을 많이 심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내가 옻순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옻나무를 달여마시면 체온이 낮은 분들에게 체온 상승 효과를 주고, 위장 기능이 안좋은 분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듯하다. 우을증 앓는 분들이 특히 체온이 낮은데 옻술이나 옻 달인 물을 직접 주고 싶다. 내가 요한초를 구해 기르는 마음과 같다. 우울증을 퇴치하는 그날까지 갖은 짓을 다해 보련다.

또 맛있는 옻순을 혼자 먹기 아까워 이 역시 나눠 먹을 생각으로 많이 심는 것이고, 다 자란 나무는 베어서 아는 분들에게 두루 나눠드릴 참이다. 지금 몇십 그루 잘 자라고 있는데, 우리 가족용으로도 좀 모자라는 편이다.

 

어머니가 83세다. 동짓달생이니 만으로 깎으면 81세다.

시골은 어머니 계실 때 내 고향이지 어머니 안계시면 가기 싫을 것만 같다. 지난 겨울 어머니가 대전에 가 계시는 동안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안계신 시골은 가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는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발길을 끊으면 내 인생이 부평초처럼 뜰까봐 일부러 정들이려고 여러 가지 나무를 갖다 심는다. 땀흘려 심어두면 아까워서라도 가보지 않겠나. 이것저것 핑계대어 형제 불러 가자, 가자 할 수 있지 않나 싶어 해마다 빈밭에 나무를 심는다.

- 육촌동생이 여기까지 트럭으로 옮겨다 주었는데, 여기부터는 밭끝까지 인력으로 끌고 가야 한다.

가지를 대부분 치고, 뿌리도 많이 다듬었는데 그래도 무겁다. 갤럭시S, 조카 이동규 찍음

- 간식 먹는 중. 어머니가 챙겨준 오렌지 쥬스는 너무 오래되어 몰래 버리고, 인절미와 물, 바나나, 초코파이를 먹었다.

 

- 워낙 좋은 밭에서 자란 은행나무라 덩치가 크다. 모두 여섯 그루를 옮겨 심었다.

오늘 이 은행나무를 가지 치고, 뿌리 정리하면서 알았는데, 은행나무는 오동나무만큼이나 무르다.

속이 굉장히 딱딱한 줄 알았는데 톱이 석석 잘 먹어 도리어 놀랐다.

 

- 은행나무 등 식재를 모두 마친 뒤에 찍었다. 다른 나무들은 워낙 가늘어 잘 보이지 않는다.

 

 

- 인절미를 다 먹고나서 남은 콩고물을 막내동생 입에 털어넣어주는 중이다.

 

- 막내동생이 콩고물을 다 먹을까봐 조카 동규가 달려들어 그만 먹으라고 손을 집어넣는다. 나머지는 조카가 먹었다.

 

- 일 마치고 계곡에 오르니 도룡용 알이 보인다. 1급 청정수에 태어날 것이니 잘 살아갈 것이다.

올챙이가 되기 전인데, 바로 옆에는 가재새끼들이 바글거린다. 사진을 찍을 수도 없을만큼 작다.

가재새끼들은 아마 이 알을 먹거나 혹은 올챙이 새끼를 먹으려고 기다리는 것같다.

생태계란 게 먹고 먹히는 것이니 내가 어쩔 수가 없다. 어렸을 때 나는 큰집당숙 따라 이 알을 건져 먹은 적도 있다.

필요한 분은 이 사진을 퍼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