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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다시 생각해보는 한식의 의미

역사교사 민병덕 선생의 칼럼 <맛있는 역사-한식은 불을 나누는 날이다>를 보고 몇 마디 적는다.

파란색 글은 민 선생이 쓴 부분이다.

 

-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가 되는 날이다. 음력으로 2월과 3월에 걸쳐서 드는데,
2월에 많아서 2월 세시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2012년의 한식은 양력 4월 5일이고 음력으로는 임진년 3월 15일이다.

 

이 말은 우리 조상들이 양력을 널리 써왔다는 걸 증명해주는 또다른 증거다.

농경민족이라서 달의 기울기를 중심으로 따지는 음력을 바탕으로 생활했지만, 농사라든가 중요한 행사 등은 양력을 정확히 따진 것이다.

 

절기의 하나인 청명과 한식은 같은 날에 들기도 하고 서로 하루 차이로 갈리기도 하는데, 계산법이 약간 다르다.

24절기는 1년을 24등분하기 때문에, 즉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경을 무조건 24등분한다. 그러기 때문에 절기가 들어오는 시각이 들쭉날쭉이다. 아침에 들기도 하고 저녁에 들기도 한다. 날짜가 하루 차이로 들락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식은 동지로부터 계산하여 105일째라고 못박기 때문에 동지가 며칠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옛날에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동지는 주역으로 표기할 때 로 나타내는데, 아시다시피 모두 음(陰)이다. 이 날 이 시각부터 숨어 있던 양(陽)이 살그머니 일어나 한 해를 역동적으로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동지가 언제냐에 따라 한식 날짜도 달라진다. 동지는 양력 12월 21일이나 22일에 주로 드는데, 이러다보니 4월 5일이 될 수도 있고, 조금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세종실록> 13년(1431) 2월 26일 자 기록에 의하면
‘임금이 “한식(寒食)은 찬밥을 먹는 까닭에 그렇게 부르는가. 한식에는 불을 쓰면 안 되는가.” 하니, 정인지가 대답하기를, “옛 시에 이르기를, ‘푸른 연기 흩어져 오후 집으로 들어가네.’ 하였사오니, 이는 반드시 불을 내려주는 걸 기다려서 불을 썼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청명(淸明)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친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3백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었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백성들은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이 오는 동안 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인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옛날에 집안에서 불씨를 꺼트리면 며느리로 감점을 받을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 그러한 불씨를 온 나라 국민들이 함께 쓴다고 하는 것은 공동운명체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불은 바람이나 물에 쉽게 꺼지기 쉽다.
그리하여 우리 조상들은 뱀이나 닭껍질로 주머니를 만든 불씨통(藏火筒)에 은행이나 목화씨앗을 태운 재를 넣어 팔도에 보냈다.

 

전국체전에는 강화도 마리산에서 새 불을 채취하고, 올림픽에서는 그리스에서 새 불을 채취한다.

농경시대에는 동양이나 서양이다 다 같이 불을 숭상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도 해마다 불갈이를 했는데, 저 원시수렵시대처럼 나무를 비벼 진짜 자연스런 불을 일으켰다.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는 지금 당장 드는 생각으로, 느릅나무껍질이 대단히 붉어 양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버드나무는 물가에서 자라며 속이 하얗다보니 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아 일부러 두 나무를 부딪혀 불을 낸 모양이다.

어쨌든 해마다 한식 날이 되면 아궁이에 새 불을 넣는 의식을 가졌다니 그 풍습이 자못 놀랍다.

 

* 전국체전 성화용 불을 얻을 때 재미없게 오목거울 쓰지 말고, 사직단에서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로 진짜 불을 일으켜 쓰면 어떨까? 마리산에서 해도 좋고.

 

한편 한식과 개자추 전설을 빗대는 것은 소소한 중국의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고, 개자추가 뭐 그리 대단한 인물도 아니니 우린 깨끗이 잊어주는 게 좋겠다. 인터넷 보면 한식-개자추를 당연시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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