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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초파일은 다가오는데 부처님 주름살 느시네

절에 안나간 지 여러 해가 되었다. 가더라도 부처님 뵈러 가지 중보러 간 적이 없다. 내 머릿속에 존경하는 스님이 몇 분 계시지만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못하고 있다. 승려들의 행태에 대해 너무나 실망이 크다보니 머리깎은 그 불특정한 얼굴들 좀 보고 싶지 않아서다.

머리 기르고 일반인의 옷을 입혀놓으면 아무것도 못할 위인들이 호불(護佛)은커녕 훼불(佛)에 앞장서고 있으니 불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내가 어찌 화가 안나겠는가. <너무 탐욕스럽고 무식하고 오만한 승려들-도박파문에 붙여>를 썼지만 그래도 분이 안풀려 한 편 더 쓴다.

 

억불숭유(抑佛崇儒)하던 저 조선시대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불교가 먹을거리 넘치고 살만해진 이 세상에서는 도리어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다. 웬만한 절 주지가 되면 고급승용차 타고 다니고, 종 다루듯이 시자니 뭐니 끌고다니며 잡일시키고, 방안에 들여놓은 냉장고에는 서민들은 잘 먹지도 못하는 고급 과일에 건강식품으로 가득 차 있다. 가사 장삼은 수백만원 짜리다. 그 비싸다는 보이차는 높다랗게 쌓여 있고, 비싼 다구는 몇 벌씩 늘어서 있다. 내 친구 자륜 스님은 김치에 맨밥으로 끼니 때우며 공부하는데, 막상 배불리 먹고 비싼 옷 걸친 놈들은 공부는커녕 작당하여 정치질하고 땅투기하고 노름하기 바쁘다.

 

- 내 딸이 다섯 살 때 그린 자륜 스님

 

 

아래 기사에 나온 승려들은 필시 구도정진하는 수행자는 아닐 테고 속세에서 못누린 복락을 절간에서나마 누려보고자 출가한 명리승들이리라.

그 옛날 시퍼렇던 청규(淸規)는 녹슬고 부잣집 '보살' 잘 후려 시주 많이 빼내는 놈이 능력있는 중이고, 이런 중이 돈 뿌려가며 종회의원되고, 주지 되고, 총무원 자리 차지하는 게 요즘 세태가 아닌가.

 

이게 다 이른바 '보살'이란 분들이 무분별하게 갖다바치는 시주 때문에 벌어지는 해악이라고 나는 믿는다. 제발이지 돈 갖다 준다고 남편 승진 안될 게 되고, 자식 대학 못갈 거 간다는 허망한 믿음을 버리기 바란다. 세상만사 저 할 탓이지 불전에 빈다고 되고, 안빈다고 안되는 게 어디 있는가. 부처님이 그토록 미신 믿지 말라고 일렀건만 이 정신나간 '보살'들이 그나마 의식있는 승려들까지 아주 천치로 만들고, 나아가 이처럼 망하게 하고 있다.

불교 행사할 때마다 마당 가득, 불당 가득 차 있는 그 많은 보살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돈 벌고 승진하는 데만 한눈 판다면, 불당은 언젠가 귀신의 소굴이나 미신의 소굴로 변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닦고, 깨우치는 게 불교다. 승려를 3보의 하나로 받드는 것은 자나깨나 공부에 열중하여 신도들에게 높은 법문 가르쳐 달라는 간절함에서 나온 말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높고도 높아 잘 못알아듣겠으니 승려들이 용맹정진으로 먼저 깨우쳐 이 불쌍한 중생들을 가르쳐 달라는 뜻이다. 그런데 작은 시주에 놀아나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새로 나온 자동차 사볼까, 30평짜리 아파트가 좁으니 50평 짜리로 토굴을 옮겨볼까, 보살들 데리고 성지순례나 가서 극진한 대접이나 받아볼까, 돈 떨어졌으니 기와불사나 일으켜 볼까, 이따위 궁리나 해서는 안된다.

 

막상 호되게 비판하는 나도 가슴이 아프다. 내 대학 후배로서 졸업 후 출가한 법현 스님은 지금도 시장 바닥에 마련한 열린선원에서 지독하게 정진 중인데, 이런 올바른 스님은 보살들이 쳐다보지 않고 에쿠스에 제너시스 타는, 얼굴에 개기름 흐르는 스님만 찾아다니니 부처님이 언제 호사스런 수레 타고 수백만원 짜리 가사 장삼 입으시고, 고급 우전차 마셨단 말인가. 내 후배 스님이 아이들 먹일 국수를 말 때 저 빌어먹을 중놈들은 억대 도박판 벌이고, 개를 도끼로 찍어 죽이고, 투기할 땅 보러 다니고, 룸살롱 드나들고, 펀드 가입하고, 옆자리에 보살 태우고 뒷자리에 보살 태우고 희희낙락 돌아다닌다. 이놈의 호법 신장(神將)들은 뭐 하면서 놀고 있길래 이 훼불 폐불 농불하는 중놈들을 잡아가지 않는지 모르겠다. 호법신장을 잡아다가 매질이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 대학 시절 함께 불교 공부하다 홀로 출가한 법현 스님<진짜 스님 만나러 열린선원으로 가기>

 

하기사 부처님도 저 중생 중에 계실 것이고, 마구니도 중생 중에 있을 것이고, 신장도 중생 중에 있으리라. 훌륭하신 스님들이 아직도 곳곳에 푸른 눈을 부릅뜨고 계시니 그까짓 한 줌도 안되는 무리쯤이야 단칼에 정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런 소망을 담아 내 등불을 켜련다. 난 호법신장님들을 믿는다. 이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시라.

 

 

<어처구니 없는 승려들의 행태를 동아일보로 가서 읽어 보기>

<그리고 진도개 머리를 도끼로 찍어 살생한 '중놈' 기사 읽으러 가기, 이 기사에 붙은 댓글도 꼭 보시길>

 

- 그래도 연등은 밝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