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전원 이야기

숲으로 돌아가자

인류가 숲을 나와 市를 만들고 邑을 이루고 京(높이 지은 망루를 상징)을 쌓은 지 얼마나 됐을까?

천년? 만년?

하늘 시계로 보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그러니 답답할 때는 우리의 고향 숲으로 돌아가자.

어쩌다 고향 숲에 들어가면 속이 다 시원하고 살맛이 난다.

산소, 음이온, 피톤치드, 초록, 다 좋다.

내가 왜 이리 힘들게 살지, 저절로 반성한다.

그냥 편히 살걸, 이런 생각도 든다.

블로그 친구가 좋은 숲에 다녀와 사진을 올렸길래 몇 장 얻었다.

당장이라도 이 숲에 가보고 싶지만 먼저 생각으로 간다.

 

마지막에 계림 숲 그늘 사진 하나 추가한다.

예이츠의 시도 한 편 올린다.

 

 

 

 

 

 

여기까지는 남해물건숲이고, 다음 사진은 경주 계림이다.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                                      

 

예이츠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들이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에 온통 반짝이는 빛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이니스프리는 예이츠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호수 속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이 곳은 히스(heather) 꽃이 보라빛으로 피어나고 한낮에 햇빛을 받아 이 꽃들이 호숫가에 비침으로써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섬이라고 하며,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낭만적 꿈에 부푼 20대 후반, 시인은 런던의 거리를 걸으면서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도시의 번잡을 피해 전원의 한가로움과 평화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잠겨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예이츠의 시까지 올리고 보니 기왕지사 도연명의 <귀거래사>도 생각이 난다.

내친 김에 또 올려보자.

나이가 드니 자꾸만 고향 숲이 생각난다.

귀거래사 한문 중 ??는 인터넷이 표현하지 못하는 글자다.

 

歸去來兮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而獨悲

돌아가자 논밭이 묵어 가는데 내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지금까지 스스로 마음을 몸의 부림 받게 하였으나 어찌 근심하며 슬퍼만 하고 있으리오 
 

 

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實迷塗基未遠 覺今是而昨非

지난날은 뉘우쳐도 고칠 수 없으니, 다음부터는 그르치는 일은 없으리
길을 잘못 들었으나 그리 먼 것은 아니니, 어제까지는 글렀으니 이제부터는 깨달으리라.

 

舟搖搖以輕 風飄飄而吹衣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드놓이고, 바람은 한들한들 옷자락을 날리누나
나그네에게 앞 길을 물어서 가니 희미한 새벽빛이 한스럽구나.


乃瞻衡宇 載欣在奔 童僕歡迎 稚子候門

마침내 집 근처에 다다라 처마를 바라보고 기쁜 맘에 집으로 바쁘게 들어가니
하인은 반가이 마중을 하고 어린 아들은 문에 나와 기다리고 섰네   

 

三徑就荒 松菊猶存 携幼入室 有酒盈樽

정원에 난 작은 길엔 잡초가 우거졌지만, 솔이며 국화는 그대로 있네
어린 것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서니 술이 동이에 가득 차 있다.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

동이와 잔을 당겨 혼자 마시며 뜰의 가지를 보며 웃음 짓는다.
남쪽 창에 기대어 멋대로 앉았으니 작은 방이지만 편하기만 하구나.                                 

 

園日涉以成趣 門雖設而常關 策扶老以流憩 時矯首而遐觀

정원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문은 나 있으나 늘 닫아 두고 있네

지팡이 짚고 가다가는 쉬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 들어 멀리 바라보네.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景??以將入 撫孤松而盤桓

구름은 무심히 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다 지친 저 새 돌아올 줄을 아는구나

저 해도 어스름에 넘어가려 하는데, 서성이며 홀로 선 소나무 쓰다듬는다.

 

歸去來兮 請息交以絶遊 世與我而相違 復駕言兮焉求

돌아왔구나. 사귐도 어울려 놀음도 이젠 그치리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다시 수레에 올라서 무엇을 구하리오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於西疇

친한 이웃과 이야기 나누며 기뻐하고, 거문고와 글을 즐기며 시름을 삭이리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니 서쪽 밭에 나가서 일을 하려네


或命巾車 或棹孤舟 旣窈窕以尋壑 亦崎嶇而經丘

때로는 천막을 두른 수레를 몰아서 때로는 외로운 배의 삿대를 저어서

깊고 굽이져 있는 골짝을 찾아가고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리라.

  

木欣欣以向榮 泉涓涓而始流 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물오른 나무들은 꽃을 피우려 하고, 샘물은 솟아 졸졸 흘러내리네

모두가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나의 삶은 점점 더 저물어 감을 느끼네.

 

已矣乎 寓形宇內復幾時 曷不委心任去留 胡爲乎遑遑欲何之

다 끝났구나. 세상에 몸이 다시 얼마나 머무르리

가고 머물음을 자연에 맡기지 않고서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 하는가.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懷良辰以孤往 或植杖而耘?

부귀는 내가 바라던 바도 아니었고, 신선 사는 땅을 기약할 수도 없는 일

날씨 좋기 바라며 홀로 거늘고, 때로는 지팡이 세워두고 김을 매네.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동산에 올라가서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보네

수레에 탔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천명을 누렸거늘 더 무엇 망설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