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이 너무 걸려 고민하던 집사람이 마침내 직장 근처로 이사했다.
더불어 딸은 딸대로 직장 근처로 옮겨나가고, 나는 서재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오피스텔을 구했다.
처음에는 집사람이 리키를 데리고 있어 볼까 했는데 낮에 혼자 집에 둘 생각하니 그게 또 안됐어서 이래저래 내가 맡았다.
바니는 엄마 따위는 안중에 없으니 일없고, 예민하고 성질 나쁜 리키가 큰일이다. 늘 엄마 품에서 자던 아이인데 엄마가 아예 보이질 않으니 우울증이 살살 생기나 보다. 엄마가 일주일에 한번은 집에 온다고 말해줘도 잘 믿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려주면 마구 핥고 낑낑거린다.
이사가 뭔지 모르는 리키는 엄마가 있는 <우리집>에 왜 안가는지 이해가 안되는 표정이다.
반면 바니는 아무 관심이 없다. 아빠만 곁에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내가 혹 오래 시간을 비우고, 기윤이가 시간이 되면 와서 리키를 보라고 한다.
너무 여리고, 이미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놈이라 다루기가 쉽지 않다. 유기견 출신은 작은 상처에도 쉬 토라진다.
- 아빠가 어느날 갑자기 리키와 바니를 데리고 오피스텔로 나오더니 집에 안간다. 리키는 엄마가 보고 싶어 죽겠는데 아빠는 집에 갈 생각을 안한다.
리키는 엄마 없는 집에 적응이 안되는지 종일 누워 지낸다.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다 필요없으니 집에 가든지 엄마 좀 불러달라는 심사다.
- 아빠, 이제 엄마 못보는 거야? 내 팔자는 왜 이렇게 사나워? 여섯 달만에 버림받아 유기견이 되질 않나, 겨우 자리잡은 우리집에서 갑자기 왜 엄마가 사라지냐구. 내 혓바닥이 너무 길다고 싫어하는 거야?
- 나 죽거든 엄마 그리다가 지쳐 죽었다고 전해줘. 난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
혹시 먹을 거나 있으면 말해주고, 아니면 건드리지도 마. 유기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 4층 창가에서 줄곧 바깥만 내다보길래 자리를 잡아주었다. 리키는 지나가는 사람 있으면 혹시 엄만가 하고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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