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늘 돌볼 수 없는 처지라 우리 형제들이 CCTV를 달았다.
치매 증상, 침대에서 거꾸로 떨어진 사건, 전기밥솥 폭발 사고 등이 있은 뒤로 도저히 불안해 견딜 수 없어 큰형집으로 잠시 모신 적이 있는데, 평생 자유롭게 살아오신 어머니답게 징역살이하기 싫다며 기어이 시골집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 나이는 떠올릴 때마다 겁이 나는 83세다.
카메라가 모두 네 대인데, 부엌, 거실, 마당, 장독대를 모니터링한다.
어머니 침실이나 안방 등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웬만하면 거실에 나와 텔레비전을 보시라고 권한다.
침실에도 티비가 있는데 자식들이 지켜봐야 하니까 나와서 보시라고 하니 그러신다.
지금은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보시는 모드다.
아까 1번, 4번 카메라 꺼졌다고 하니 열살짜리 조카가 팬티바람으로 있어 꺼두었다 한다.
지금은 애비따라 어디 갔다면서 손수 카메라를 켜신다.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 자그마한 사고라도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식들은 맨먼저 부엌 가스레인지가 꺼졌는지 살피기로 했고, 어머니는 비상상황이 생기면 카메라 보면서 손 흔들기로 약속했다. 세상이 좋아져 한밤중에도 적외선 카메라로 볼 수 있다.
화면 보니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고 햇빛이 강하다.
동생 가족이 마당에 모여 노는 모습이 잠시 비쳤다.
마당에는 어머니가 끌고다니는 유모차(다리가 아파서)가 있고, 나무그늘에는 앉아서 쉬는 소파와 의자가 있다.
방안을 보니 창문을 닫고 에어컨(지하수로 돌리는 자연식)을 틀어두셨다.
여쭤보니 너무 더워 집에서 드라마 보신단다.
내 마음 편하자고 이러는 건 아닌지, 기어이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주말에 오니?"
자신이 없어 전화 드린다고 대답했다.
'기록의 힘 > 가던 길 멈추고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으로 돌아가신 목사 님, 작은어머니, 사촌아우를 생각하며 (0) | 2016.04.28 |
---|---|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예, 갖지 못했습니다 (0) | 2012.11.27 |
암세포들아, 내 말 좀 들어봐 (0) | 2012.06.04 |
어버이날 기념하여 피어난 우리 겹벚꽃 (0) | 2012.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