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 우는 까닭?
녹명(鹿鳴)이란 말이 쓰인 지는 3천 년쯤 된다.
중국 최초의 시가집 <시경 소아(詩經小雅)>에서 처음 쓰인 말이다.
사슴이 운다, 이 평범한 말에 무슨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일까.
시경 소아에 실린 시 <사슴이 우네>를 감상해 보자.
사슴이 우네-시경소아(詩經小雅)
呦呦鹿鳴 : 사슴이 우우 기뻐 울면서
食野之苹 : 들판의 쑥을 먹는다
我有嘉賓 : 내게도 반가운 손님 있어
鼓瑟吹笙 : 거문고 타고 생황 분다
吹笙鼓簧 : 황을 두드려 생을 불며
承筐是將 : 폐백 담은 광주리 받들어 바친다
人之好我 : 그 분이 나를 좋아하시니
示我周行 : 내게 큰 길 열어주신다
呦呦鹿鳴 : 사슴이 우우 기뻐 울면서
食野之蒿 : 들판의 다북쑥을 먹는다
我有嘉賓 : 내게도 반가운 손님 있어
德音孔昭 : 좋은 말씀 너무나 밝아서
視民不恌 : 백성에게 후박한 마음 보여주시니
君子是則是傚 : 군자들도 옳아서 본받는다
我有旨酒 : 맛있는 술 내게 있어
嘉賓式燕以敖 : 반가운 손님이 즐긴다
呦呦鹿鳴 : 사슴이 우우 기뻐 울면서
食野之芩 : 들판의 금풀을 먹는다
我有嘉賓 : 내 반가운 손님 있어
鼓瑟鼓琴 : 거문고 타고 생황 분다
鼓瑟鼓琴 : 거문고 타고 생황 불며
和樂且湛 : 화락하고 즐긴다
我有旨酒 : 내 맛있는 술 있어
以嘉樂嘉賓之心 : 잔치 베풀어 반가운 손님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 한문 해석은 맨뒤에
이처럼 녹명(鹿鳴)은 상하가 화합하고 만민이 서로 돕는 의미를 나타낸다.
사슴은 본디 맛있는 풀을 발견하면 먼저 우우 하는 소리를 내어 동료들에게 알린다고 한다. 어서 와서 같이 먹자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귀한 것을 보면 혼자 독차지하려고 숨소리마저 죽인다. 이런 사실을 빗대어 나눠먹고 함께 쓰자는 뜻으로 녹명(鹿鳴)이란 말이 고문에 흔히 인용되어 왔다. 지치고 고플 때라도 먹을거리를 보면 형제나 이웃을 먼저 부르는 마음으로 산다면 세상에 어찌 다툼이 있겠는가. 물론 그러지 않으니까 녹명이란 말이 아직도 귀한 말로 남아 있다.
- 시베리아 사슴떼.
- 한문 해설
유유(呦呦)는 사슴이 우는 소리로 의성어다.
평(苹)은 맑은 대쑥으로 물에서 나는 것과 뭍에서 나는 두 종류가 있다.
평(苹)이 바로 뭍에서 나는 것으로써 파호(皤蒿) 혹은 애호(艾蒿)라고도 부른다.
사슴은 아홉가지의 풀을 먹어 풀독을 해독하는데 백호(白蒿)는 그 중 하나다.
생황(笙簧)의 생(笙)은 대나무 관으로 만든 관악기고 황은 그 관을 진동시키기 위해 설치하는 피리의 혀다. 승광(承筐)의 광(筐)은 광주리로 폐백을 담은 대나무광주리고, 승은 받든다는 뜻이다.
주행(周行)은 대도(大道)란 뜻으로, 올바른 길을 나타낸다.
호(蒿)는 긴(菣) 혹은 청호(菁蒿)로 제비쑥 혹은 개사철쑥이다.
덕음(德音)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덕스러운 말로 선왕의 가르침 혹은 명성(名聲)이다.
공소(孔昭)는 뚜렷하게 나타냄으로 선왕의 가르침이 세상에 빛나는 걸 뜻한다.
소(昭)는 명(明)과 통한다.
조(恌)는 경박하거나 경솔하다는 뜻으로 조(佻) 혹은 유(愉)와 통한다.
효(傚)는 효(效)로 본받음이다.
지주(旨酒)는 미주(美酒)로 맛있는 술이다.
식(式)은 어조사이고 연(燕)은 연(宴)이고 오(敖)는 오(遨)로 크게 기뻐한다는 의미다.
금(芩)은 닭의장풀로 늪 가운데나 메마른 당니나 소금기가 많은 땅에 나는 풀로 그 열매는 우마(牛馬)가 즐겨 먹는다.
담(湛)은 즐거움이 깊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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