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9 (목) 00:54
작년 우리 용인에 육사출신이자 공무원 출신인 새 시장이 들어서면서 구호가 바뀌었다. 그동안 'Ace 용인'이라고 구호를 외치던 시장이 물러나고 새 시장이 들어서길래 그 웃기는 구호 좀 바꿨으면 했더니, 이 분은 한 술 더 떠 제목처럼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전봇대마다, 버스정류장마다 온통 이 구호 일색이다. 북경이나 평양거리에 내걸린 공산당 구호나 수십 년 전 서울거리에 나붙던 유신 구호를 보는 것같다. 그런 걸 매일 보고 살아야 하니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시각추구권이란 권리는 없나? 조망권도 있는 세상에) '선진 용인'(70년대에 용인군수가 쓰던 구호라고 하는데)이라고만 해도 부담되는 구호인데, 여기에 말도 안되는 '세계 최고'란 수식어까지 붙이다니, 누군가 귀신에 씌지 않고는 이런 구호를 마구 내걸지는 못할 것이다. 코미디다, 코미디.
글만 20여년 쓰고 살아오다보니 간판을 봐도 예사로 보이지 않고 신문 오자를 봐도 나는 화가 난다.
우리 용인 구호에 화가 나다 보니 지방을 여행하면서 그 지방의 구호는 뭘까 유심히 보게 되는데, 참으로 가관인 곳이 많다.
우리 용인이야 유권자로서 내가 비판할 자격이 있지만 다른 지방은 실례가 될 것같아 적기가 꺼려진다. 요 옆 동네, 평 뭐로 시작해서 택 뭐로 끝나는 지방은 '수퍼 뭐뭐'다. 우스워 미치겠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수준이 안되는 시장 군수들이 이런 이상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같다. 시민들이 용납하니까 그런 같잖은 구호들이 버젓이 내걸릴 것이다. 이런 감각이 안되면, 즉 문화수준이 안되면 아무것도 안된다. 최고, 선진, 수퍼라는 말은 제멋대로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육사출신의 한계라기에는 건전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아 말하기 적절치 않고, 공무원 출신의 한계라기엔 역시 이 동네도 괜찮은 분들이 많아 싸잡아 나무라진 못하겠다. 그냥 그 이 한 사람의 독특한 캐릭터라고 해야겠지. 다음 시장이 들어오면 그놈의 '세계최고' 간판 뽑아내려고 애쓸 텐데, 그러자면 엄청난 예산 들어갈 텐데 그거 물어내라는 소송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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