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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우연찮다'가 무슨 뜻인가

연합뉴스를 보니 "25일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확인된 고(故) 배형규(42) 목사는 우연찮게도 자신의 생일날 숨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이 글을 글 대로 해석하면 배형규 목사는 스스로 그랬는지, 탈레반이 그랬는지 그의 생일날을 기념하여 죽였다는 뜻이다. 인질이 생일을 맞는 바람에 기분이 나빠진 탈레반이 욱하는 마음에 총이라도 쏜 모양이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문장이다.
 
그 이유는 '우연찮게도' 때문이다. 그가 죽고보니 우연히 생일날이었다는 게 이 기사의 핵심인 듯한데, 기자는 '우연하지 않게도'라고 잘못 썼다. 우연하지 않은 것을 쉽게 적으면 필연적으로다.
 
그러니 이 말 좀 틀리게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잖아도 '우연찮게'라는 말이 '우연하게'란 뜻인 줄 알고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언어는 본디 낮은 쪽으로 흐르게 돼 있어 이런 도도한 흐름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이 뒤죽박죽인 것도 틀린 말을 틀린 줄 모르고 열심히 써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