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를 보니 "25일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확인된 고(故) 배형규(42) 목사는 우연찮게도 자신의 생일날 숨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이 글을 글 대로 해석하면 배형규 목사는 스스로 그랬는지, 탈레반이 그랬는지 그의 생일날을 기념하여 죽였다는 뜻이다. 인질이 생일을 맞는 바람에 기분이 나빠진 탈레반이 욱하는 마음에 총이라도 쏜 모양이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문장이다.
그 이유는 '우연찮게도' 때문이다. 그가 죽고보니 우연히 생일날이었다는 게 이 기사의 핵심인 듯한데, 기자는 '우연하지 않게도'라고 잘못 썼다. 우연하지 않은 것을 쉽게 적으면 필연적으로다.
그러니 이 말 좀 틀리게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잖아도 '우연찮게'라는 말이 '우연하게'란 뜻인 줄 알고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언어는 본디 낮은 쪽으로 흐르게 돼 있어 이런 도도한 흐름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이 뒤죽박죽인 것도 틀린 말을 틀린 줄 모르고 열심히 써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재운 작품 > 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쁜 글 습관 (0) | 2008.12.16 |
---|---|
덧글과 댓글의 차이 (0) | 2008.12.16 |
세계 최고 선진 용인? (0) | 2008.12.16 |
청주에 가려면 청주나들목이 빠를까, 서청주나들목이 빠를까? (0) | 2008.12.16 |
말도 싸운다 (0) | 2008.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