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적신월사라니...

2007/08/13 (월) 10:35

 

요즘 탈레반이 이슈로 뜨면서 <적신월사(赤新月社. Red Crescent Society)>라는 단체 이름이 언론에 자주 나온다.

그런데 다 좋은데, 적신월사가 뭔가.
 
나는 1994년에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1000가지>를 기획하면서  바로 이런 정신없는 말들을 없애기로 서원을 세운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글을 쓰는 나라다. 가끔 한자를 섞어 쓰지만 엄연히 우리말이 있어 한글로 적는 나라다. 그러자면 그런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어떤 기관에서도 이런 일에 신경쓰는 곳이 별로 없고(분명히 몇 군데 우리말 관련 기관이 있지만 웬일인지 일을 안한다.), 대학마다 국어과가 있고, 국어학자가 수두룩하고, 국어교사가 널렸건만 딴데만 바라보고 있다.
 
전에 노견이라는 무식한 말을 쓰다가 이어령 씨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갓길>이라고 바꾼 적이 있다. 왜 그런 말을 이어령 씨 개인자격으로 고쳐야 하는가. 국가 기관이 있는데 말이다. 그런 데서 일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도 친일문인들이 일본말 <彼女>를 <그녀>라고 번역해 쓰는 것이 마땅치 않아 이 단어 자체를 안쓰는 사람이다.
 
그럼 문제의 적신월사로 돌아가보자. 이 단체가 공식명칭으로 내세운 영어이름을 보니 붉은 초승달 단체라는 뜻이다. 그러면간단해진다. 그냥 <붉은 초승달>이다. 뉴스를 적을 때 <이슬람권의 구호단체인 '붉은 초승달'은 어쩌구저쩌구...> 이러면 되는 것이다.
 
똑같은 영어 이름을 놓고 일본 사람들도 고민했을 것이다. red라니까 붉을 赤, 초승달이라니까 新月, Society는 社라고 했을  것이다. 그들은 한자을 많이 쓰는 나라니까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 대한민국에서 왜 가나와 한자를 쓰는 일본을 따라가야 하는가. 일본 기사나 받아 쓰다니.. 자동급수기 빨아먹는 강아지만도 못하다.
 
앞으로는 <붉은 초승달>이라고 쓰기를 권한다.
부디 부끄러워하는 언론이 많기를...

- 그런데 <붉은초승달> 이놈들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뉴스에 나오는 거나 신문에 나오는 놈들의 상징을 보면, 이건 초승달이 아니라 그믐달이다. 아이고, 우째 이런 일이...

 - 요게 초승달이다. 오른쪽 사진이 그믐달. 안타깝지만 적신월사는 그믐달을 잘못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