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결정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가 나와 있다. 옮긴다.
[ ]는 결정문의 쪽수로 여기에는 앞부터 번호를 매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청구인은 정부, 피청구인은 통합진보당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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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헌적 민주주의 체제
(가)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은 고대 희랍어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평범한 시
민’을 의미하는 데모스(d.mos)와 ‘권력, 지배’를 의미하는 크라토스(kratos)의 결합으
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것은 ‘평범한 시민들의 지배’를 의미하는데, 고대 희랍의 정치
철학에서는 군주에 의한 ‘1인의 지배’나 귀족 등에 의한 ‘소수의 지배’에 대비되는 맥
락에서 ‘다수의 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연유
한 서구의 오랜 전통 속에서 민주주의는 가난한 자들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자
들이 수적 우세를 내세워 자신들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정치체제로
통용되어 왔다. 즉, 평민 혹은 하층민에 의한 일방적이고 전제적인 지배체제로 인식
되어 온 것이다.
이처럼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던 민주주의가 역사에 다시금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
은 근대의 입헌적 민주주의 체제가 성립된 이후였다. 고대 민주주의의 부정적 인식
에서 탈피한 새로운 민주주의 체제는,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에 의한 전제적 지배를
배제하고 공동체 전체의 동등한 구성원들에 의한 통치를 이상으로 하는 공화주의 이
념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이념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전
자는 공민으로서 시민이 가지는 지위를 강조하고 이들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이루어
지는 공적 의사결정을 중시한다. 따라서 이것은 시민들의 정치적 동등성, 국민주권,
정치적 참여 등의 관념을 내포하고,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로 표현되고 있다.
그에 반해 후자는 국가권력이나 다수의 정치적 횡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인권의
우선성을 주장한다. 기본적 인권, 국가권력의 법률기속, 권력분립 등의 관념들은 자
유주의의 요청에 해당하며, 우리 헌법상에는 ‘법치주의 원리’로 반영되어 있다.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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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오늘날 입헌적 민주주의에서는 원칙적으로 다수의 정치적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
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의사에 의해 소수의 권리가 무력화되어서도 안
된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다수파에 가담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러한 사회에서는 진
정한 자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렇듯 근대의 입헌적 민주주의 체제는 사회의 공적 자율성에 기한 정치적 의사결
정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원리와, 국가권력이나 다수의 정치적 의사로부터 개인의 권
리, 즉 개인의 사적 자율성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치주의 원리라는 두 가지 주요한
원리에 따라 구성되고 운영된다.
(나) 한편 민주주의 원리는 개인의 자율적 판단능력을 존중하고 사회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
다. 이 신뢰는 국민들이 공동체의 최종적인 정치적 의사를 책임질 수 있다는, 즉 국민
들이 주권자로서의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동등하게 가진다는 규범적 판단에 기초한
다. 따라서 국민 각자는 서로를 공동체의 대등한 동료로 존중해야 하고, 자신의 의견
이 옳다고 믿는 만큼 타인의 의견에도 동등한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
다. 민주주의는 정치의 본질이 피치자에 대한 치자의 지배나 군림에 있는 것이 아니
라,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동등한 자유, 그리고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
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원리는 하나의 초월적 원리가 만물의 이치를 지배하는 절대적 세
계관을 거부하고, 다양하고 복수적인 진리관을 인정하는 상대적 세계관(가치상대주
의)을 받아들인다. 이 원리에서는 사회가 본질적으로 복수의 인간‘들’로 구성되고 각
개인들의 생각은 서로 상이할 수밖에 없다고 보므로, 결국 정견의 다양성은 민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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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 당연한 전제가 된다.
그래서 개인들의 의견은 원칙적으로 그 나름의 합리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존중되
어야 하므로, 이 체제에서는 누구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이를 자유로
이 표현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견해들 사이에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지
만, 이는 본질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주의 원리는 억압적이지 않고 자율
적인 정치적 절차를 통해 일견 난립하고 서로 충돌하기까지 하는 정견들로부터 하나
의 국가공동체적 다수의견을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인
이념들과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설혹 통념이나 보편적인 시각들과 상충하는 듯 보이
는 견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논쟁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고, 충돌하는 견해들
사이에서는 논리와 설득력의 경합을 통해 보다 우월한 견해가 판명되도록 해야 한다
는 점이 민주주의 원리가 지향하는 정치적 이상이다.
요컨대,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전제로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정
치적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공동체의 올바른 정치적 의사형성으로 이어진다는 신뢰
가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의 근본바탕이 된다. 우리 헌법도 개인의 자율성이 오
로지 분열로만 귀착되는 상황을 피하고 궁극적으로 공존과 조화에 이르고자 하는 노
력을 중시하고 있다.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전문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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