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파란태양*

너는 왜 참지 못하느냐고 묻는다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이 건물을 보았다. 까마득히 저 높은 건물 윗쪽 외줄에 매달린 채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다. 화질 나쁜 휴대폰으로, 그나마 유리창 사이로 다보니 물체가 흐릿하지만 자세히 보면 물방울이 아닌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저 위험한 곳에 매달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용기를 잃지 않을 것이다.

몰라서 모른다면야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안다. 아는 사람이 지적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그래서 나는 비판한다.

 

어제 아침은 영하 6도 정도 되었다. 차를 타러 나가는데 누군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적어도 70대 후반 여성 노인이다. 캔이나 병을 찾는 것이다. 또 주차장까지 가는데 빈 박스를 수북히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70대 남성 노인을 만났다. 아침마다 이 분들을 뵙기가 고통스럽다.

앞유리창에 성에가 끼어 엔진시동을 걸고도 한참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좌석에 열선을 켜 덥혔다. 엉덩이가 따뜻하다. 하지만 노인들은 앉을 새도 없다. 대체 병과 캔을 주워 얼마를 벌어 어떻게 생명을 지킨단 말인가. 그나마도 누군가를 부양하는 건 아닐까.

 

오늘 직장을 갖지 못한 후배가 생활고를 말하기에 이렇게 말했다. 대학 나오고 똑똑한 사람마저 생활고를 호소하는데, 배우지도 못한 채 늙어버린 이 노인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아는 거라곤 빈 박스 줍고, 빈 병이나 빈 알루미늄캔을 주워다 파는 것뿐이다. 우리가 정치를 논하고 인생을 떠들 때 이 분들은 적십자회관에서 언제 몇 시에 밥을 주는지, 또 어디로 가면 쌀을 얻을 수 있는지 이런 정보를 나누고 학습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국민의 존엄이 무시되고 있다. 국민에게 쓰레기통을 뒤지게 하는 정권은... 엎어야만 한다.(엎는다 ; 민주국가에서 정권을 엎는 것은 투표행위 외에 없다. 그러니 내란선동이라고 하지 마시기를.)

 

* 2월 10일, 경기도 남경필 지사가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매월 2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에서 폐지 줍는 노인은 2014년 10월 기준 5891명이라고 한다. 고맙다. 하지만 도지사 정도 되었으면 이런 단세포적인 처방 말고 근본적인 처방, 그런 상상력을 내보기 바란다. 정치가 너무 가감승제로만 나간다. 좀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으면 안되겠는가. 이분들이 2만원 때문에 폐지 줍는 게 아니다. 폐지 팔아 번다는 2만원은 빙산의 머리끝일뿐 그 아래 잠수돼 있는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다. 좀 연구하시라. 내가 박근혜 씨에게 이런 소리 안하고 남 지사에게 쓴소리하는 건, 해결의지라도 보여주기 때문에 기대감으로 하는 것이다.<경기도, 폐지 줍는 노인에 월 2만원 지원>

 

중요한 건 또 있다. 이 분들이 우유 하나를 사고 라면을 한 개 사고 담배 한 갑을 사도 국가는 반드시 10%의 세금을 떼어간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백원을 벌면 국가는 기어이 따라붙어 십원을 빼앗아간다. 부자들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잘 피지도 않는다. 소주세 올린다고 떠들 때도 그랬다. 부자들이 소주 따위를 먹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힘들 때 나보다 늙고 힘없고 덜 배우고 덜 건강하고 더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러니 내가 어서 돈 벌어 그분들 대신 세금 많이 내자. 이런 생각으로 살자. 이 나라는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잘 부과하지 않으니 우리라도 버는 만큼 기부를 하자.

 

내 주변에는 날이면 날마다 봉사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아파서 죽을 지경이 아니면 기어이 봉사를 나간다.

봉사 중독이라고들 한다. 그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돌보는 기관은 이처럼 많다. 말만 사회적기업이지 막상 그렇게 지정해놓은 공무원들은 일거리가 생기면 친한 놈에게 슬쩍 튕긴다. 그래도 이 사람은 봉사한다.

 

. 용인시 사랑의집(노인요양보호시설, 201211월부터)

. 반딧불이 문화학교(장애인교육시설, 201211월부터)

. 사랑샘노인복지센터(노인요양보호시설, 20138월부터)

. 한울장애인공동체(장애인재활시설, 20138월부터)

. 무법정사(고아원, 20138월부터)

. 하희의 집(고아원, 20138월부터)

. 사회복지법인 위성(경기도지정발달장애아동시설, 20141월부터)

. )대한노인회 용인기흥구 지회(경로당 225개소 - 20148월부터)

. 용인 재가 종합 노인복지회(20148월부터)

. 백옥미 마을(20148월부터)

. 용인 시니어클럽(20148월부터)

. OO적십자 무료 점심 봉사, 빨래봉사

 

하면 할 수 있다.

형편이 여의치 못해 할 수 없다면 이들을 위해 말 한 마디라도 보태야 한다.

이들을 대변한다면서 뱃지 단 인간들이 어깨나 으슥이며 깝죽댄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 바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

애쓰자. 비판하자. 말하자. 물러서지 말자. 핑계대지 말자. 정치인 욕하지 말고, 그런 정치인 뽑은 우리가 더 치열하게 반성하자.

<누구의 어머니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