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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안타까운 저 일본인, IS에 참수당한 유카와 쇼이치 부친

이슬람 근본주의자 집단인 IS에 잡혀 있다가 참수된 유카와 쇼이치의 부친이 일본 정부로부터 살해 통보를 받은 뒤 이런 공식 반응을 내놓아다고 한다.

 

- "정부나 관계자들에게 (자식의 일로)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 큰 도움을 주고 계신 것에 감사드린다."

 

큰 슬픔을 느낀다. 한국인이었다면 대통령 욕을 하고, 정부를 한참 씹어도 분이 풀리지 않아 뱅글뱅글 구를 텐데 이 사람 쇼이치 씨는 그러지 못한다. 종편이 나서서 한달 열흘은 떠들고도 남을 일이다.

 

일본인들은 아직도 봉건제국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쇼이치 씨는 74세라고 한다. 봉건제국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일본인들의 공통적인 이런 특성은 그 이면에 무섭고도 처절한 이중성이 숨어 있다.

우선 일본 내에서는 이처럼 착하게 군다. 남에게 폐 끼쳐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고 남에게 덤비다가 칼 맞아 죽는 일이 워낙 많아서 목숨 보전 차원에서 그렇게 훈련된 것뿐이다. 일본은 천황이라는 건 상징물에 불과하고 사실은 영주들이 3권을 쥐고 흔들었다. 속민들 정도는 언제든 죽일 수 있었다. 그러니 잘못 대들다가 칼 맞아 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렇다면 자기 아들이 적에게 무참히 살해된 사실 앞에서도 나라에 미안하고 주변에 미안하다고 하는 이들이 왜 자기들 전쟁에 끌려간 조선인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을까. 그야 물론 그때는 그 자신이 영주가 되기 때문이다. 위로는 깎듯이 충성하고 굽실거리지만 아래로는 사정없이 폭력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그처럼 잔인해진다.

 

일본인들의 아픔을 이해한다. 남의 나라 처녀들을 붙잡아다가 위안부로 쓰고, 남의 나라 청년들을 잡아다가 총알받이로 쓰고, 남의 나라 국민들 데려다 탄광이며 군수공장에서 부려먹은 사실을 이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국가가 사과하지 못하니 개인도 사과를 못하는 것이다. 국가에 반해 뭔가를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전체주의 특성이 일본을 하나로 묶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한번 무너지면 일어나지 못하는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창의력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을 좀 개량하고, 학문을 더 파고드는 건 가능하지만 남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기발한 생각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일본이 미국을 이길 수 없는 한계이고, 결국 머지 않아 한국에 지게 될 원인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겉으로야 시끄럽고 분열돼 있어 보이지만 그 어떤 발칙한 상상조차 다 허용되는 나라다. 지금도 버젓이 친일하면서 신문과 방송을 갖고 있는 일제시대 언론사가 있다. 일본 같으면 불가능한 현상이다. 아마 삼족을 더해 구족을 없앴을 것이다. 친일 말고 또 종북세력이 있다지만 이제야 겨우 선을 그었을 뿐 역시 여태 허용되었다. 일본에서는 신도와 불교 외에는 외래 종교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지만 한국에서는 기독교, 천주교에 이슬람교까지 번성한다. 원불교, 통일교, 뭐든 생긴다.

 

일본이 이렇게 된 것은 그들의 역사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들 마음대로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려 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진실을 가르치고, 일본식 역사 미화나 왜곡에 저항해야 한다.

 

얼마 전 은근하고 교묘하게 박정희 향수를 자극한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영화를 만든 제작사 주인이 감옥에 있기 꽤 힘드나보다 생각한 적이 있다. 영화는 영화로만 보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최근 <강남1970>은 <국제시장>의 심장을 찌르고 있다. <국제시장>이 눈감고 슬그머니 감추고 외면한 현대사 일부를 <강남1970>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제시장> 프레임 밖에는 인자한 박정희가 있었지만 <강남1970>의 프레임 저 위에는 독재자 박정희가 무섭게 서 있다. 이런 게 가능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일본은 안젤리나 졸리가 만든 영화 <언브로큰Unbroken)>을 두고 노골적인 반발을 하면서 졸리의 입국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껏 해야 일본군에 포로가 된 미군 이야기를 다뤘을 뿐이고,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했을 뿐인데도 이런다. 우리가 보기에는 심심한 영화다. 그래도 일본인들은 저 난리다. 그러니 위안부에 징용, 징병으로 늘 일본 욕을 하는 한국은 얼마나 성가시다고 여기겠는가. 역사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간단한 일을 감추고 덮으려고만 하니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역사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일본이 그걸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장기침체를 못벗어난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아니, 알아도 말을 할 수 없는 사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