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정윤회 스캔들'을 덮기 위해 침소봉대되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갖고 있어 굳이 거론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무지가 괘씸해서 한 마디한다.
늘 얘기하지만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다. 또 좋은 사람도 많다.
조현아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나쁜 사람은 언제나 나쁜 짓을 마음대로 해도 된단 말인가?
말이 너무 어려운가?
학생들을 괴롭히는 아이들 문제도 그렇다. 그건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있던 일이고, 지금도 있는 일이고, 먼 미래, 즉 백년 이백년 뒤에도 있을 일이다.
문제는 이런 '나쁜 사람들'을 대하는 자칭 착한 사람들의 태도다.
지금 조현아를 마녀사냥해서 당신들이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이야 정윤회 스캔들이 잊혀지니 고맙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무엇이 그리 좋은가? 항공기를 되돌려서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중범죄라고 하자.
그렇다면 조현아가 아니라 '운항중인 항공기의 최종 지휘자'인 기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운행중인 항공기를 돌리는 게 중범죄인 줄 뻔히 아는 기장이, 향후 이런 사태가 일어나리라는 걸 골백번 학습해서 잘 알고 있는 기장이 어린 애 말 듣고 항공기를 돌렸다는 것은, 이 기장 역시 조현아 못지 않은 중범죄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 하나 이 비겁하고, 종의 근성을 가진 기장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 이 비싼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 대한항공 소속 종이었다니...
조선시대의 가마꾼, 교자꾼과 다를 바가 없는 현대판 천민이란 말인가.
난 독재자 박정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가 유신독재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다면 법정에 세워 법에 의해 사형을 시켜야지, 불법적으로 총격을 가해 죽인 건 옳지 않다고 이해한 것이다. 따라서 김재규가 무슨 변명을 해도 그는 대통령을 시해한 살인자가 되는 것이고, 사형당해 마땅한 것이다. 또한 그의 불법 명령에 따라 국가공무원인 대통령 경호원들을 쏴죽인 그의 부하들 또한 주인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종에 불과하니 역시 죽어마땅한 것이었다.
이런 논리로 난 육이오전쟁을 당한 이승만의 죄도 묻는다. 또 임진왜란 당한 선조 이균의 죄도 준열하게 꾸짖는다.
임금이나 대통령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 풍토가 정말 싫다. 징비록을 쓴 유성룡조차 임금의 죄는 논하지도 않았다.<내 소설 징비록에는 선조 이균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다. 그렇다고 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보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난 대선 패배한 문재인을 아주 싫어한다. 그렇다고 그가 박근혜보다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면서 막지 못한 죄를 따지는 것이다.>
만일 이승만이나 선조 이균이 불의의 습격을 받았다면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조짐이 있었고, 경고가 있었지만 그들 스스로 직무유기한 것이다. 전쟁을 막지 못한 것은 최종 지도자이던 두 사람의 죄다.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불의에 맞서야 한다.
대한항공 기장이 조현아의 불법 지시에 맹종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불이익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도 비겁하게 기수를 돌렸으리라고 짐작한다. 이런 종의 근성을 가진 자들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각하, 각하 하면서 아부 떠는 사람이, 과거 전두환 때 저 악명높은 삼청교육대를 관할했던 이완구 씨가 총리가 되는 걸 보면 우리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종의 근성이 뱀처럼 대가리를 쳐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무시당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불법을 용인하고, 비겁하고, 거짓을 추종할 때 바로 우리 머릿속에 숨어 있는 생체시계(bioclock)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쓰레기야!"
지금 문제의 항공기 기장 머릿속에 있는 생체시계도 그렇게 속삭일 것이고, 이완구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체시계도 그렇게 소리칠 것이다. 아무도 양심의 목소리를 피해갈 수 없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던 담임교사의 매를 빼앗아 부러뜨린 친구를 보고 난 평생 그 친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학교를 군대병영처럼 공포스럽게 만들고 늘 기합주고 때리고 발길질하던 교련교사를 실컷 두드펴 패고 학교를 그만둔 친구가 있다. 지금도 그 친구만 보면 그 일이 하도 통쾌해서 서로 웃는다. 그때 난 그 교사가 보기 싫어 다른 학교로 옮겼으니까, 이 친구는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저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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