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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세월호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은 과거 다른 나라를 침략한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 나라가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교토통신 인터뷰에서 말했다.

(경향신문/기사보기)

 

양심적인 작가다.

이 논리로 말하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에게는 정부가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부도 유가족도 성숙하지 못하다. 어제 시위 뉴스를 보니 이 지경이 되도록 제대로 된 사과와 위로를 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소통부재 의식, 그렇다고 어린 경찰을 피흘리도록 때리고 태극기를 불사른 건 크나큰 오점이요, 국민 갈등을 부추기는 잘못된 행동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과 중국에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것은, 가해 당시의 심리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인들의 대다수 정서가 그렇기 때문에 아베 신조가 그런 정서에 편승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다. 차떼기에 성완종 게이트가 터져도 끄떡없는, 재주 잘 넘는 친일세력 연장 권력이라는 의미인지 박 정권은 국민을 섬기는 게 아니라 부리는 것같아 대단히 불안하다.

박 대통령은 보상 문제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별도로 이 분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희생자나 희생자 가족과 아무 연고가 없는 나도 안산분향소에 가서 추모를 하다 보니 그 먹먹한 가슴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렸는데, 당사자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냥 진심으로 위로하라는 얘기지 돈 더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부둥켜 안고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진정이 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심장이 터질 것같아도 그들이 알아서 조용히 삭여나갈 것이다.

 

대통령이라면, 어제 같은 시위가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설사 그런 시위가 일어나도 내버려둬야 한다. 좀 시끄럽고 교통이 막힌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기어이 잡아갈 필요가 없다. 그네들이 어린 경찰이 미워 욕하고 때리겠는가. 그렇게 맞아서라도 그네들 분이, 한이 풀린다면 몇 대씩 맞은들 또 어떠랴. 대신 맞아줄 용기를 가질 수 없는가.

 

정부도 국민도 서로 성숙해져야 한다. 미안한 줄 모르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제대로 위로하지 못하는 것이고,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총리 이완구도 미안한 줄 모르니까 거짓말을 일삼으며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이다.

국민은 좋은 정부를 갖기 위해 세금을 낸다. 그러면 정부는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줘야 한다.

지금 이 등식이 깨졌잖은가. 천안함, 세월호, 다 같은 것 아닌가. 그러고도 계속 세금만 거둬가면 안된다. 국민안전은 그게 교통사고든 재난이든 전쟁이든 정부 책임이요, 정확히 말해 국가원수의 책임이다. 만일 안전이 무너졌을 때는 죄의식을 느끼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