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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물러나는 이완구 총리, 미안하다

물러난다니, 이제 말한다.

그간 속상한 점이 있어도 동향이기 때문에 참은 면이 있다.

이제 마음 편히 속엣말을 좀 해야겠다.

 

이완구 총리는 나보다 8살 많은 동향인이다. 그는 충청도 청양군 비봉면 출신이고 난 운곡면 출신이다. 산 하나 사이로 운곡과 비봉이 갈린다. 비봉은 홍성에 가깝고, 운곡은 공주에 가깝다. 만난 적은 없고, 십수년 전 청양중학교에서 강연이 있던 날, 같은 장소에서 주민들과 대화가 예정돼 있던 이완구 의원의 비서가 인사를 하길래 동향으로서 기대한다는 간단한 말을 전한 바는 있다.

동향 정치인으로 이완구 말고 이해찬도 있다. 이해찬보다는 이완구가 고향 분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편이다. 아주 가까운 곳이 이회창 씨의 고향 신양인데, 거리로는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군이 달라 그가 대통령 선거에 나올 때만 해도 모르다가(본인이 고향을 황해도라고 주장하여), 나중에 그가 한나라당에서 쫓겨나와 자유선진당을 기웃거릴 때가 돼서야 이웃마을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만큼 그에게는 일말의 정도 가진 바 없다.

 

- 끝에서 첫번째 산과 두번째 산 사이에 이완구 총리 고향 비봉이 있다. 난 세번째 산과 네번째 산 사이에서 자랐다.

사진을 찍은 이곳은 공주와 청양의 경계인 사자산 국사봉이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이완구 총리, 잘못 됐다.

잘못 처신한 일이 하도 많아서 내가 다 열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로하고 싶다. 용서하시라. 의혹에 대해 위로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 분을 큰 정치인으로 키워주지 못한 잘못에 대해 동향인으로서 반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해보자.

이완구가 경상도 출신이었다면 이처럼 뭇매를 맞았을까.

이완구가 전라도 출신이었다며 이처럼 뭇매를 맞았을까.

동향이면서도 나는 그를 위한 말 한 마디 감싸주지 않았다. 도리어 비굴하게 '각하'란 호칭을 쓴 데 대해 비판했다. 하필 자살한 정경유착 기업인 성완종도 서산 사람이라니 역시 동향 사람이라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에 마냥 지켜보기만 했다.

 

이완구가 받았다는 의혹의 돈 3천만원, 솔직히 말한다면 그 정도 후원금 안받아본 정치인이 아주 드물다고 나는 확신한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통 크게 쓴 분들이니 그런 검은 돈 받아 정치 거물이 된 사람이 아주 많다.

옛날 청문회장에서 정주영 씨가 큰소리쳤듯이 그이 돈 안받은 정치인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S사 돈 안받은 사람이 드물다는 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을 개혁하여 그나마 돈 덜 드는 구조로 만들었다지만, 아직도 법정 선거자금과 실제 지출금 사이에는 괴리가 많다.

또 줄을 대려는 브로커들이 돈을 들고와 쥐약처럼 먹이려 드는 풍경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잡힌 방산비리 주범 이규태를 철저히 조사해보면 결국 정치인이나 장군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이 5백억대 비리주범은 무슨 요술을 부렸기에 이다지도 조용하단 말인가. 이 점이 바로 내가 분노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살한 성완종은 파렴치범이 되고, 3천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완구 총리는 물러나겠다는데, 왜 이규태 같은 악질범죄자는 베일 속으로 조용히 숨기는가. 안보 가지고 장난 친 이런 자가 백배, 천배 더 나쁜데 왜 뉴스가 안되고, 종편이 안씹어대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 이번에 성완종이 비자금 만들어 갖다바친 그 뇌물의 최종 수신자가 누구인가.

다 알잖은가. 왜 몸통은 쳐다보지도 않나. 그분이 경상도 출신이라, 결사옹위하는 콘크리트 지지자가 무서워 거론조차 못하는가?

 

지켜보겠다. 3천만원 짜리를 '능지처참'했으니 1억짜리, 5억짜리, 100억짜리, 그리고 그 몸통은 어떻게 다루는지 보겠다. 김기춘, 허태열, 홍준표, 홍문종, 이병기, 유정복, 서병수. 야당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완구를 용서해달라는 게 아니라 그에게 댔던 잣대 그대로 다른 권력에도 똑같이 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완구가 고향을 잘못둬 '능지처참'됐다는 굴욕감만은 느끼지 않게 해달라. 충청도는 삼국시대부터 늘 중간에 서서 대세를 가르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런 마당에 뭐, 이명박 따위가 "빨리 정리돼 나라 안정됐으면" 하고 바란다고?

 

< 충청도 관련하여 내가 쓴 글>

 

이완구, 총리 인준을 지지한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완구의 아첨으로 본 각하의 뜻

 

<소설 징비록>과 나

 

 

충청 보선 두 군데서 다 떨어지고도 할 말 많은 이회창 씨

 

세종시 문제, 한나라당이 또 충청도를 우롱하고 있다

충청도의 힘

 

내 고향 고랑부리

 

세종시, 우리 형의 분노

동백꽃 필 때마다

 

충청권 봉기해야 한다는 류근찬 씨

 

믿었던 고향 출신에 발등 찍혔다는 충청권?

 

세종시 놓고 벌이는 저 추잡한 정치 게임

 

자유선진당, 이회창 품에서 벗어나라

 

고향 뺏기는 놈이 무엇인들 제대로 지키랴

 

아버님전상서의 계절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는 정말 남북으로 나뉘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