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태어난 지 4일된 영아를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놓고간 하늘이 엄마에게
- 하늘이 엄마가 베이비 박스에 아기와 함께 놓고 간 편지
- 하늘이 엄마가 하늘이를 넣었던 베이비 박스.
하늘이 엄마.
편지 글을 살펴보니 그리 어린 것같지도 않고, 어느 정도는 공부도 하셨군요.
맞춤법, 띄어쓰기 많이 틀리지 않고, 글이 정돈된 걸 보니 배울만큼 배우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아이를 기를 수 없는 처지가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하늘이는 특별한 티켓을 갖고 지구여행을 왔군요. 어떤 식으로 오든 일단 지구여행자에게는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이 아이의 앞날은 누구도 제한하거나 막지 못합니다. 잘 클 겁니다. 대한민국과 우리 이웃들은 하늘이를 기를만큼은 능력이 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경제 안정을 이루시고, 꼭 아이를 데려다가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산후조리 잊지 마시고, 과로하거나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기 바랍니다.
하늘이 엄마.
아이를 낳는 것은, 그 과정이 어떠했든 숭고한 일이며 존엄한 일입니다.
우리는 위대한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한 명을 또 얻었습니다.
마음 놓으시고 가던 길 꾸준히 가시고, 아무도 원망 말고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시기 바랍니다.
우리 법이 어떤지 몰라서 그렇습니다만, 일단 베이비 박스는 불법이기 때문에 수일 내로, 혹은 수주 내로 아이는 시설로 옮겨질 것입니다.
하늘이는 지금부터 5살이 될 때까지 매우 중요한 시기를 살게 되므로 엄마의 존재가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모유 등 최적의 영양을 공급해야 하거든요. 아이의 이동경로를 추적하여, 시설에 맡겨지더라도 비밀보장이 되면서도 가끔 아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아이의 두뇌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 음식이나 영양제품을 보내십시오.(가능하면 모유를 짜서 보내주십시오.)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나라와 시설이 하늘이 엄마를 부끄럽게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잘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도 앞으로도 많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꿋꿋이 길러나가시기 바랍니다.
놀란 가슴 진정하는대로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십시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목숨이 살아 있는 한 대한민국은 하늘이 엄마를 버리지 않습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상의를 하든가, 시설에 가서 정당하게 상의를 하십시오.
부끄러움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혹시 살아가는 데 아이가 장애가 된다면, 그런 비밀쯤은 시설에서 얼마든지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니, 그렇더라도 아이를 잊지 마십시오. 아이가 쥐고 있는 티켓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 저희 재단에서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당황하는 분들에게 임신 정보와 경제적 도움, 휴식처 등을 제공하고, 출산 후 두뇌영양을 최적화하는 안전하고 보안이 되는 시설에서 모자가 함께 혹은 위탁으로 아이를 맡아 기르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며, 하늘이 엄마가 용기를 갖고, 그러면서 아울러 희망을 갖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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