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붓다의 어머니인 야수다라비의 고국이요, 붓다가 태어난 나라다. 그런 인연으로 네팔은 오늘날까지 불교를 숭상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곳곳에 탑이 있고, 불상이 있으며, 아침저녁 예배가 일상이다. 힌두교 신자가 더 많기는 하나 네팔은 여전히 '신이 보호하는 나라(네팔의 뜻)'이다.
그런데 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 그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대거 몰살되었을까 궁금한 분들이 있으리라. 하지만 궁금할 것 하나도 없다. 내진 설계 안한 건축물은 그 정도 지진에 무너지는 법이고,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압사하고 만다. 설사 그런 집 안에 붓다가 있었다 해도, 브라만 수백 명이 참선 중이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신심이 두터우면 자연재해도 비껴가는 줄 알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다.
* 이 글은 네팔지진피해자들을 돕자고 팔걷어부치고 나선 불교계에 이 사태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쓰는 것이다. 스님들이 여기저기서 계좌번호를 보내 네팔에 보낼 성금을 모은다는 말에 약간 화가 난다. 피해를 입은 네팔 국민들을 개인적으로 돕고 지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그건 각자의 소관이다. 다만 일부 기독교 단체가 구호랍시고 가서는 "하나님 안믿고 힌두교 믿어서 지진났다."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나 스님들이 과도하게 나서서 신도들을 상대로 추렴하듯이 성금을 걷는 것이나 다 마땅치 않다.
붓다는 일찌기 아무리 많은 탑을 세우고 스님들에게 공양해도 전혀 가치가 없다는 걸 강조한 바 있다. 즉 깨닫기 전에 하는 짓은 그것이 무엇이든 '하늘의 관점에서 보면' 무가치하다는 뜻이다. 그런 내용이 거듭 반복서술되는 것이 금강경이다. 절에 아무리 많은 돈을 갖다 시주해도 복 받지 않는다, 온 우주를 보석으로 다 덮어도 깨닫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내용이다.
그렇건만 어리석은 중들은 금강경을 천 번 읽으면 소원성취하고, 만 번 읽으면 도통할 것처럼 거짓말한다. 심지어 금강경 독송하는 모임도 있다. 그것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한문을 우리 발음으로 읽어댄다. 가소로운 짓이다. 그렇게는 천만 번 읽어도 소용이 없다.
- 히말라야 중 에베레스트봉. 이곳에도 신은 살지 않는다. 단지 융기되었을 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위대함 외에 귀신이니 신성이니 하는 말을 갖다붙일 필요는 없다.
-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봉. 이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집에서 하는 기도보다 더 잘 이뤄지지는 않는다.
굳이 이곳까지 찾아가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하늘의 그물은 단 한 코도 빈 곳이 없고, 하늘의 법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집행된다.
교회에 헌금 많이 했다고, 절간에 시주 많이 했다고 결코 복이 오는 법이 없으며, 죄가 사해지지도 않는다. 스스로 용서하고, 스스로 구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결코 없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이것이 우리가 사는 우주의 생생한 현실이고,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섭리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유명한 힌두교사원인 박타푸르사원이 지진으로 무너지는 장면.
아무리 기도해도, 인간의 기도로는 자연의 섭리를 넘어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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