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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옥석을 가린다고 하면

2008/11/06 (목) 09:50

 

좀 유식한 이들이 마구 화를 낼 것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주식시세가 오른다고 아무 거나 사지말고 옥석을 가려 사라는 기사가 떴다.
이렇게 되면 옥석구분이란 말이 생각나는데, 이때문에 유식한 이들이 화를 내는 것이다.
옥석구분(玉石俱焚)이란 옥과 석을 다 함께 태운다는 뜻이다.
가장 가깝게는 벼룩 잡는다고 초가 삼칸 다 태운다는 말이다. 전혀 엉뚱하잖는가?
 
옥석구분이란 옥인 줄 모르고 옥이 돌과 뒤섞여 태워진다는 말이니, 뉴스에 나오는 옥석 가리기하고는 뜻이 전혀 다르다.
물론 옥석가리기가 옥석구분이란 사자성어 중 구분(俱焚)을 구분(區分)하다, 분별하다는 뜻으로 오해해서 그렇다.
대중이란 늘 이런 식으로 말을 하향평준화시키는 법이다. 미국놈들이 영어 발음 이상하게 하는 것도(나처럼 영국 영어 배운 사람들이 보기에) 그네들이 영어 발음을 하향 평준화시킨 때문이다.
하지만 말은 사람 사이에 소통하자는 게 목적이고, 그러자는 수단일 뿐이니 너무 고상해서도 안된다.
마치 한글을 쓰면 양반과 천한 것들이 다 같은 문자를 써야 하니 반상이 엄연한 세상에서 그럴 수 없다,
이렇게 외치던 유림 돌팍들하고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너무 유식한 척 말고 옥석구분은 옥석구분대로 쓰고, 옥석 가리기는 옥석 가리기대로 쓰는 게 옳다고 본다.
옥석구분의 용례를 하나 적어 보면 이렇다. 실제 사례가 거의 없으니까.
 
-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 때 만든 법률이나 정책이라면 무조건 옥석구분하고 있다.
(보기글일 뿐이니 화내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