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타는 어여쁜 처녀이다.
살생함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 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그리하여 땅 위에 머무는 하찮은 벌레 한 마리에도 깊은 경외감을 가지고, 그 생명이나 자신의 생명이나, ‘생명(生命)’이라는 대명제 앞에서는 우열이 없음을 깨우치려고 무던히 애쓰는 어린 꽃봉오리였다.
비록 홀로 있기를 좋아하지만 여럿이 함께 있으면 그 하나 됨을 소중히 알며, 발걸음 하나 하나에도 인과를 생각하는 올바른 사유를 하려고 한다. 때론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기도 하지만 언젠가 은행나무 침대같은 천년지애(千年之愛)의 사랑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근원에 대한 호기심을, 그가 타고 다니는 열차의 중량만큼 가득 싣고, 어느 늦은 봄날 저녁, 지난번의 못다 한 이야기에 대한 사유를 깊게 새김질하여 보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멀어져 가는 기차의 기적소리처럼, 그렇게 세상의 시작에 대한 사유가 한없이 돌고 도는 소용돌이를 그리며 아득히 멀어져 감을 느껴, 장터에서 채소를 파는 흰머리의 유마라는 장사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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