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교 호조 참의 김계란·내관 노희봉의 죄를 용서하다
검교 호조 참의(檢校戶曹參議) 김계란(金桂蘭)과 내관(內官) 노희봉(盧希鳳)의 죄를 용서하였다. 처음에 임금이 부처의 진위(眞僞)를 시험하고자 하여 중 사근(思近)·설오(雪悟) 등 1백 명을 흥천사(興天寺) 사리전(舍利殿)에 모아 정근 법석(精勤法席)215) 을 베풀어서 분신(불·보살의 化現)을 기도하였다. 노희봉과 승록 장무승(僧錄掌務僧)이 먼저 사리(舍利) 한 개를 바치었다. 이 때에 이르러 김계란을 불러 묻기를,
"지난번 정근 법석 때에 얻은 것이 과연 사리(舍利)였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신이 명령을 받고 곧 중을 사리전(舍利殿)에 모아 정근(精勤)하였는데, 이튿날 아침에 이르러 중들과 더불어 보니 푸른 보자기 위에 분같이 흰 가늘고 작은 물건이 네개가 있었습니다. 중들이 모두 말하기를, ‘세 개는 서기(瑞氣)이고, 조금 큰 것 한 개는 사리라.’하고, 곧 철발(鐵鉢)에 갈아서 향수(香水)로 씻어서 서기와 함께 그릇에 담아서 보자기로 싸서 노희봉과 장무승(掌務僧)에게 주어 바치었습니다."
하였다. 명하기를,
"너희들이 말하는 사리를 곧 마늘을 먹지 않는 사람을 시켜 비벼 보니, 손에서 가루가 되었다. 참사리가 아니었으니, 어째서 나를 속이느냐?"
하니, 김계란이,
"그 때 여러 중과 더불어 친히 보고 바쳤는데 반드시 중간에 잃어버린 것입니다. 또 사리는 신통한 물건이라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것이 무상합니다. 중들이 모두 말하기를, ‘불결하면 곧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하였다. 노희봉에게 묻기를,
"네가 처음에 가지고 올 때에 과연 사리를 보았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김계란과 중들이 모두 말하기를, ‘분신(分身)한 사리다.’고 하였고, 신도 또한 가늘고 작은 흰 물건을 보고 사리라 생각하여 받들어 드렸는데, 지금 내어 보니 과연 흰가루였습니다."
하였다. 다시 김계란에게 묻기를,
"네 말이 과연 옳으냐?"
하니, 대답하기를,
"참으로 옳습니다. 감히 기망하지는 못합니다."
하였다. 명하기를,
"내가 불법(佛法)의 허실(虛實)을 시험하고자 하여 중을 모아 기도를 명하고, 가져 왔다는 것을 듣고 근시(近侍)하는 작은 환자로 하여금 깨끗한 곳에서 보게 하였는데, 만일 사리가 있다면 무슨 불결한 것을 싫어하여 도로 숨었겠느냐? 너희들이 처음에 다른 물건을 가지고 와서 나를 속였다. 속인 것이 드러나고 계교가 궁하여지니, 도리어 숨는다고 말하나, 참으로 속이는 것이다."
하고, 의금부 당직관(當直官)을 불러 두 사람을 옥에 가두고 국문(鞫問)하고자 하다가 실행하지는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30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77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사법-행형(行刑)
- [註 215]정근 법석(精勤法席) : 나라의 가뭄이나 재앙(災殃)이 들 때 중들을 모아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고 법회(法會)를 열어 설법(說法)하던 일. 보통 정근(精勤)에서는 중 대신에 무당을 동원하기도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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