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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절 많이 다니면 깨달으려나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비로자나불을 단장해 모시다

1990년 1월, 인도 뉴델리에서 티벳인 노점상한테서 불상 두 분을 모셔왔다.

한 분은 석가모니불인데 모시겠다는 분이 있어 기증했고, 나는 비로자나불만 모셨다. 원래 이 부처님은 붉은옥, 푸른옥, 파란옥, 노란옥 등으로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었는데 백호 말고는 다 떨어져나가 1998년 고비사막에서 주워온 옥돌로 다시 치장했다. 그런데 그 역시 다 떨어져나가 지금은 백호만 남았다.


그간 27년 가까이 모셨는데, 제대로 모시질 못해 늘 안타깝고 부끄럽던 중에 친구가 큐빅을 십여 알 사서 단장해주기로 했다.

어제 오후에 함께 시내에 있는 보석가게에 나가 큐빅을 사는데, 불상에 치장할 거라는 말을 들은 한 손님이 지켜보다가 "나도 두 알을 보시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하고 물어 그러시라 하였고, 주인 역시 네 알을 보시하여 총 16알이 되었다.

 

내가 재단장을 결심한 것은,

마침 부처님오신날도 다가오고,

비로자나불은 붓다를 만든 붓다, 말하자면 이 삼천대천세계의 삼라만상을 낳은 창조주라 하여 더 간절히 모시려는 뜻도 있고, 

제주도에서 기독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석가모니 붓다와 하느님(야훼)을 동시에 믿은 유마의 뜻도 기리고(이 블로그에 그에 관한 글이 있다),

바이오코드의 족보를 비로자나불에게 갖다붙이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고,

그간 내 딸을 지켜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싶다.

 

- 1990년 이후 늘 내 서재에 계시면서 글 쓰는 걸 지켜보시고,

내가 바이오코드를 연구할 때마다 영감을 주셨다. 

 

단청장 월암 신진환 화백이 오늘 10시 30분에 전화를 걸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지금까지 작업을 하여 방금 완성했으니 어서 모셔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모신 부처님이신데 한시라도 빨리 모셔가라고 아침에 다 작업을 끝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달려가니 인조라 해도 다이아몬드가 제값을 한다. 27년간 옥돌로 치장해드렸는데 이번에는 이름이나마 다이아몬드다. 이번에는 큐빅으로 모시지만 다음에는 진짜로 잘 모시고 싶다.

 

작업장에 가니 월암이 동백기름을 꺼냈다. 혹시 모르니 동백기름을 발라주겠단다. 생강나무 열매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고 동백꽃의 그 진짜 동백 씨로 만든 기름이란다. 단청장, 불화장들이 쓰는 좋은 기름이란다.

월암은 비로자나부처님께 동백기름을 듬뿍 발라드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야 흔한 불상으로 보이겠지만, 내게는 생각만 해도 울컥 치미는 오랜 시간을 함께 간직하신 분이다. 이 분이 내 서재에 걸리면서 나는 제대로 소설가가 되어 지금까지 먹고살았고, 바이오코드의 역사가 이 분 앞에서 시작되었고, 대세지보살이 아닌가 의심되는 내 딸의 격정 인생이 시작되었다.(아미타부처님 왼쪽에 관세음보살이 계시고, 오른쪽에 대세지보살이 계신데, 세음보살은 자비를, 세지보살은 지혜를 상징한다. 내가 모시는 비로자나불은 관에 정병을 모시기만 하면 대세지보살 형상과 같다.) 



지금은 동백기름이 다 마르지 않아 번들거리지만 곧 차분한 색깔이 나올 것같다.

큐빅이 빛나나 보려고 밝기를 올렸는데도 잘 안보인다. 육안으로는 더 아름다운데 사진이 잘 안나온다.

좌우에 꽃잎이 각각 10장씩 있는데 깨알만한 옥을 구해 더 치장해야겠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주워온 자잘한 옥이 많았는데 그간 내게 하도 많은 일이 일어나다보니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나의 붓다, 우리들의 붓다, 삼천대천세계 삼라만상의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지혜(반야바라밀)를 구하노니 끊임없이 가르쳐주십시오. 지혜를 완성하여 윤회환생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