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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치매 예방 치료 자료 모음

심정지 후 90분간

* 너무 길어 다 읽어볼 시간이 없는 분은 -> <죽어도 죽지 않는다 - 사망 후 90분간 살아있는 인간의 뇌>


어머니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위독하니 어서 병원으로 내려오란다.

그는 급히 남편에게 연락해 간단한 짐을 챙겨 고향 전주로 향했다.

출발하기 무섭게 어디쯤 오고 있느냐는 동생의 전화가 빗발친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날아갈 수도 없고, 장인의 임종에 큰 관심이 있을 리 없을 남편은 정속 주행 중이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야지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나 안하면 좋은데, 기어이 변명을 늘어놓으며 더 천천히 달린다. 

그는 속에서 열불이 나지만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10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입술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달려! 빨리 좀 달려!" 하는 외마디 비명을 꾸욱 참았다.

하늘도 땅도 느릿느릿 움직인다. 구름도 나무도 색깔이 흐릿하다.


남편은 커피를 마셔야겠다며 휴게소에 들렀다. 출발한 지 겨우 30분만이다.

그는 남편이 커피를 사서 돌아올 때까지 앞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기다렸다.

남편이 커피를 들고 운전석에 앉아 고양이처럼 홀짝거린다.

"커피가 뜨거워 마실 수가 없네. 조금만 쉬었다 가자. 사람 목숨이 그리 쉽게 끊어지겠어?"

사람? 이 빌어먹을 새끼가 지금 우리 아버지를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가.

"식혔다가 운전하면서 마셔. 빨리 가야 돼. 그 사이 또 전화왔어."

"그럼 뭐...."

남편은 마지 못해 차를 출발시켰다. 

그런 다음 그의 눈치를 보아가며 커피잔을 들어 조금씩 홀짝 거렸다.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는 눈을 감고 있다. 느릿느릿 달리는 통에 화가 나서 눈을 뜰 수가 없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얘야, 급하구나. 아버지가 널 찾는다."

"엄마, 가고 있어. 가고 있다구.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니고, 날아갈 수도 없잖아. 아빠 가지 못하게 엄마가 좀 잡아줘."

남편은 그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또 커피를 홀짝거리며 무심히 운전한다.


그러고는 아무런 대화가 없다. 서로 할 말이 없다. 어차피 할 말 말고는 안한 지 반 년이 지났다.

대전쯤 이르러서 남편은 화장실이 급하다며 또 휴게소에 들렀다.

안양에서 출발했으니 2시간 가까이 지체했다. 할 수 없다. 

기왕 휴게소에 들러야 한다니 그도 화장실에 들렀다.

그러고는 곧장 차를 출발시켜 호남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여산휴게소에 이르니 남편이 오른쪽 깜박이를 켠다.

그는 놀라서 묻는다.

"왜? 휴게소 두 번이나 들렀는데 또 가려구?"

"서둘러 출발했더니 배가 고프네. 간단히 뭐라도 먹고 가자. 어차피 병원에 가면 먹을 수도 없을 텐데..."

"지금 아버지 숨이 넘어간다니까! 우리 아버지가 나를 찾는다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 사람 목숨, 그리 쉽게 끊어지는 거 아니야."

기가 막히지만 어쩔 수 없다. 설득하기도 싫다. 아니, 말 섞기도 싫다. 그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지만 그에게는 귀찮은 의무일 뿐이다.

"자기도 뭐 먹어."

"난 생각 없으니까 서둘러 먹고 나와."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운 남편은 식당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급한 걸음이 아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그는 일단 큰 숨을 한번 몰아쉬었다. 그러고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산휴게소다. 아빠는?"

"몰라. 이젠 누나도 안찾아. 의식이 없는 거같아."

"눈은 뜨고 계시니?"

"아니야. 감고 있어."

"맥박?"

"아직 남아 있기는 한데 약해. 어서 와! 여산이면 코앞인데 웬 휴게소야?"

"금방 출발할게. 아빠한테 나 거의 다 왔다고 말씀드려줘."

"알았어, 누나. 어서 와야 해."


10분쯤 지나 남편이 식당에서 걸어나오더니 이쑤시개를 바닥에 버리고는 운전석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는, 마시다 남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그러고는 출발했다.

그러도록 그는 앞만 바라보았다. 화를 낼 인내심조차 없다.


마침내 병원에 도착했다. 차가 서자마자 그는 중환자실로 뛰어올라갔다.

밖에 나와 있던 어머니가 그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수그린다.

"엄마! 왜 나와 있어?"

"아버지, 방금 가셨다. 의사가 사망진단했다."

"언제?"

"조금 전에... 10분쯤 됐어."

"아이고!"

그는 병실로 뛰어들었다.

동생은 그의 얼굴을 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더니 병실을 뛰쳐나갔다. 화가 났다는 표시다.


아버지는 살아 계신 듯 얼굴 표정이 편안하다. 손을 만져보니 아직 따뜻하다.

그는 아빠 머리에 그의 뺨을 대고 부볐다. 그러고는 귓속말을 걸었다.

"아빠, 아빠 살아계신 거 나 알아. 아빤, 심장이 멎은 거지 머리는 아직 살아 있어. 그러니 내 얘기 잘 들어. 아빠는 이제 하나도 안아파.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거야. 그러니 가기 전에 내 말 좀 들어줘. 아빠는 안 아프지만 난 아파. 나, 아빠가 반대해서 이때까지 이혼 안한 거 아빠 알지? 아빠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이혼 안된다고 했잖아. 이제 아빠 눈에 흙 들어가. 그러니까 말할게. 나, 아버지 장례 마치는대로 저 인간하고 이혼할 거야. 그러니까 난 약속 지킨 거야. 아빠, 잘 가. 무슨 말인지 알지?"

그때였다. 아버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재빨리 휴지를 찾아 눈물을 닦았다.

"아빠, 그러지 마. 저 인간하고 이혼해야 내가 행복한 거야. 이혼하지 않으면 난 지옥에 사는 거야. 내가 행복해야 아빠도 하늘에서 마음 편하지, 안그래?"

아버지는 또 눈물을 흘렸다.

휴지로 한 번 더 눈물을 닦아드렸다.

"아빠, 죽는 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는 이제 걱정할 것도 아플 것도 고민할 것도 없어. 나도 그렇게 살 거야. 나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행복하게 살 거야. 우리 아들 데리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어. 아빠, 절대 걱정하지 마. 사람이 죽기도 하는데 이혼이 뭐 별 거라고 그걸 그렇게 못하게 말렸어? 나 진짜 죽을 것만 같았단 말이야. 그러니, 아빠,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 가. 나중에 보자. 우리 아빠 정말 사랑해."

아버지 눈에서 눈물이 또 나온다. 

어느새 어머니와 동생이 곁에 와 있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휴지를 꺼내 아버지 눈물을 닦아준다.

"엄마, 이제 아버지 편안히 보내드리자. 이젠 가셔야 할 때가 되었어. 이번이 마지막 눈물이야. 엄마도 인사해. 너도."

두 사람 모두 아버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영별을 나눈다.

그뒤로도 약 1시간 정도 박스티슈를 한 박스 다 쓰도록 눈물은 쉬임없이 흘렀다.


* 위 이야기는 실화다.

* 대개 의사의 사망판정은 기계 장치가 가리키는 <심정지 순간>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심장이 멎었다고 두뇌가 죽는 건 아니다. 두뇌는 아직 살아 있다. 심정지 순간 움직이지 못할 뿐 두뇌는 여전히 생각하고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심장사하면 혈액 순환이 정지되고, 이어 두뇌와 연결된 온몸의 신경이 마비된다.

사망진단 직전까지 환자가 의식물명이거나 기절한 상태에 있었다 해도 심장사 이후에는 의식이 또렷하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두뇌에 이상이 없다면 그럴 수 있다. 따라서 말을 못하던 환자라도, 눈을 뜨지 못하던 환자라도 이때는 <두뇌>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아마도 청각 기능으로 대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추정한다. 

* 따라서 심정지 90분 이내에는 환자를 위로하는 말 외 다른 말을 해서는 안된다. 

울며 몸부림쳐도 안된다. 가장 나쁘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잊지 말라.

심정지 후에는 가족들이 고인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좋다. 뇌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만 따로 방치하거나 냉동실에 넣어도 안된다. 

심정지 후 90분간, 고통은 끊어지고 의식은 가장 맑은 상태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대화하고 스킨십할 수 있는 유일한 평화의 시간이다. 

* 법률적으로 사망 시각은 의사의 사망진단 후 24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외부에서 사망한 경우 의사의 검안이 있은 후 24시간 후다. 따라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사망진단서 발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누구도 사망한 후 24시간 이내에 화장하거나 매장할 수 없다.

* 뇌사 후 장기 적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심장사 후 장기적출은 문제가 심각하다.

아래는 심장사 이후 장기 기증에 따른 적출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심장사 후 90분 이내에 장기를 적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심장사 후 90분간 두뇌도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을 수가 있다는 뜻인가?

의사들이 인공호흡기와 계속적인 치료가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 해당 의사들은 환자의 가족과 함께 차후 절차에 대해 상의한다 . 여기에는 환자의 임종 유언 그리고 인공호흡기 등과 같이 효과가 없는 보조기 철회가 포함된다 . 인공호흡기가 제거되면 환자는 자가호흡을 통해 산소를 심장에 공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산소를 더 이상 공급받지 못하면 심장은 박동을 멈추고 뇌를 포함한 다른 모든 장기의 기능이 중단되어 사망하게 될 것이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호흡이 중단되어 90 분 이내에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는 장기 및 조직 기증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 심장사 이후의 기증은 90 분 이내에만 가능하다 . 그 이유는 인공호흡기가 제거되면 산소와 혈액의 신체 순환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 산소와 혈액은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 그 순환이 중단되면 조직 및 장기의 상태가 악화된다 .


<좌뇌연결이 끊어진 사람이 묘사한 우뇌현상>* 죽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 죽음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되는 글


<두뇌, 죽어도 죽지 않는다>

<두뇌는... 죽지 않는다>

<랍스터는 왜 죽지 않기로 결심했나?>

<영원히 사는 단세포는 왜 죽음을 각오하고 다세포가 되었나?>

<심정지 후 90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