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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한자 섞어쓰자는 사람이나 한글만 쓰자는 사람이나...

아래는 오늘 본 기사 중 일부다.


테르펜이 유용한 물질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수많은 해외 연구기관들이 이 물질을 탐색하여 동정(同定)을 하거나, 분리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왔다. 하지만 테르펜이 만들어지는 생화학적 과정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그 과정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테르펜의 생화학적 과정을 규명한 연구기관은 산림청 산하의 국립산림과학원이다. 이 기관 소속의 연구진은 최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겨울우산버섯의 균사인 목재부후균(wood-rotting fungi)으로부터 테르펜을 생합성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겨울우산버섯은 주로 죽은 나무에서 발생하며, 목재를 썩혀 분해하는 버섯 종류 중 하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이 두 군데 보인다.

1. 이 물질을 탐색하여 동정(同定)을 하거나, 분리하는 연구

2. 겨울우산버섯의 균사인 목재부후균(wood-rotting fungi)으로부터 테르펜을 생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이쯤되면 한자를 쓰자는 분들의 주장도 어색해진다.

1의 경우 언어 폭력에 해당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동정(同定)하다>를 한자로 적었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한자로만 적으면 뜻이 발라진다고 우기는 한자맹신론자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한자로 적어도 모르겠다. 보나마나 일본식 한자일 것이다. 일본식 한자는 적어봐야 무슨 뜻인지 의미가 약하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생물에 대해 그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함'이라고 돼있다. 다른 설명을 보니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이용하여 목적 물질만을 순수한 물질로 분리하여 추출한 후 그 물질이 무엇인가를 명백히 함'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그 물질만 골라 뽑아낸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그러면 '이 물질만 골라 뽑아내어 '라고 하면 쉽게 뜻을 전달할 수 있는데 학술용어를 쓴답시고 더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 균사의 경우 실처럼 늘어진 버섯균을 가리키는데 한자로 적으면 菌絲이지만 굳이 안적어도 된다. 이런 건 단어로 보고 그냥 외우면 된다.

2의 경우 <목재부후균>이라고 나오는데 나는 한문을 배운 사람이란 한글로 적어도 부휴가 무슨 한자인지 연상이 가능하지만 그렇치 않은 한글 세대는 전혀 모를 것이다. 그야말로 암호문이다. 우리말로 풀면 '나무를 썩혀 분해하는 균'이다. 이렇게 쉬운 설명을 감추고 굳이 어려운 한자 발음만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 목재부휴균木材腐朽菌을 한자로 적는 것보다는 '나무를 썩혀 분해하는 균'이라고 적는 게 훨씬 이해가 빠르다. 그러니 한자 쓰자는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

- 장미를 薔薇라고 적어야 더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다. 그냥 외우면 된다. 로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