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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굳이 같이 필 것 없다 / 강연 다녀온 소감

오늘 2500명이 모이는 어떤 모임에 나가 강연을 했다. 

50여분 강연하는 동안 송현 선생님을 세 번쯤 생각했다. 이런 때 송현 선생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1000명은 대략 앉아 있는 것같은데, 그중 800명은 저희들끼리 떠들거나 딴 데 쳐다보고, 100명은 딴 짓하고, 대략 100명 정도가 강연을 들을 자세를 갖추었다.

이십년 전 은사가 교장으로 계시던 중학교 강연가서 당황한 이래 처음 겪은 일이다.
나와 눈을 맞춰주는 100여 명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준비해간 강연을 꿋꿋이 해냈다. 벽을 보고도 유세한 경험이 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고개를 박거나 돌리거나 내 말이 귀에 들리긴 들릴 것이다. 워낙 음향 상태가 좋아서, 그들이 평소 말하거나 듣지 못한 강연 내용이니 분명 귀에 들렸을 것이다.


옛날 이야기다. 한겨울, 서산대사의 설법 공지가 나간 날 하필 폭설이 내려 인근 사찰에서 아무도 올 수가 없게 되었다.
시봉 드는 제자들은 송구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그 눈발에 사람이 모일 리가 없다. 
시각이 되자 서산대사는 '이미 공지가 나갔으니 사람은 못오더라도 귀신이나 신장들은 오겠지."라고 하시면서 법상에 올라 예정된 설법을 끝까지 하셨다고 한다.


강연이 끝날 즈음 1500명 정도가 앉은 것같고, 내가 강의를 끝내고 나올 때에도 수백 명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빌딩을 나와 길을 건너는데도 거기 회원인 듯한 사람들이 100여 명 모여 느릿느릿 행사장으로 가고 있었다.

* 굳이 같이 필 것 없다. 나 먼저 피고, 너 나중에 피고...

나는 나의 하루를 살고, 너는 너의 하루를 사는 것뿐이다.

친구가 찍은 부여 궁남지 사진,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