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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죽은 이에 대한 낭만적인 호칭 고인(故人)

페이스북 소개글 / 저는 소설을 쓰고나서, 저도 모르게 쓴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따로 합니다. 10년만 지나도 한자어 숲에 갇혀 잘 읽히지 않는 소설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몇년 전 드라마 <구암 허준>이 방영되었는데, 원작이 <소설 동의보감>이었습니다. 1990년경에 약 100만 부가 나간 드라마작가 이은성 씨의 밀러언셀러지요. 그런데 드라마가 방영되는 데도 <소설 동의보감>은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제가 20년 전에 쓴 청소년 소설을 재발간한 <구암 허준>이 훨씬 더 많이 팔렸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요즘 독자들이 <소설 동의보감>을 읽어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표지에 드라마 원작이라고 표기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1990년 당시에는 그 소설이 드라마 문체라 너무 나른다고 해당 출판사 편집자들이 출판을 거부할 정도였는데, 그만큼 문어체보다 구어체를 많이 구사하여 읽기 쉬운 소설이었는데 20년만에 상황이 바뀐 겁니다. 언어 환경이 이처럼 자꾸 변합니다.
실제로 일제 때 나온 소설은 원문대로 읽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요즘 쓰이지 않는 한자어가 너무 많아서 읽기가 매우 고통스럽다고들 합니다.
1960년대, 1970년대 소설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제 소설이 적어도 한자어 때문에 안읽히는 일은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말 공부를 따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故人 謹弔 두 단어를 생각해봤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후손들이 한자어 대신 우리말로 글 쓸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죽음을 봐야 하고, 죽은 이가 삶 속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 때에 죽은 이의 이름 앞에 故를 붙여 준다. 

故의 바른 뜻은 '이미 지나간 때'란 의미가 있다. 즉 故人은 <이미 지나간 때의 사람>이란 뜻이다. 

故는 이미 지나간이란 의미의 古와 손바닥을 쳐 소리가 나던 攴이 합쳐진 말이다.


나는 한자어 고인 대신 '지나간 이', 더 줄여서 '지난 이", 기왕이면 붙여서 '지난이'라고 부르는 데 좋다고 생각한다. 더 줄여 '지난'이라고 써도 좋다. 어차피 한자옷은 언젠가는 다 벗어야 한다.


謹弔도 그렇다. '삼가 조상한다'는 재미없고 감정없는 말보다는 '그립습니다' 이런 정도로 썼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래 사진 속 글은 이렇게 바뀐다.


- 그립습니다.

지난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 노무현 전대통령 장례 때 이미지. 

노무현 전대통령 앞에 붙은 故는 '이미 지나간 때의 대통령'이란 뜻이 들어 있다.

'바보, 어쩌자고 저 많은 친일파와 독재굴종 세력에 홀로 맞서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