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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누가 온열병이라고 지었을까?

우리말이 아직도 바르게 쓰이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서 여러 가지 사전을 만드는 중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20세기에 너무 갑자기, 너무 많이 들어온 일본어와 일본한자어 때문에 우리말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려버렸다. 친일학자들 중에는 한자교육시키자고 입에 거품 무는 이들이 많은데, 현대 한국인이 쓰는 한자어는 우리 조상들이 쓰던 조선식 한자어가 아니라 대부분 일본식 한자어다.

요즘 일사병,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일사는 곧 햇빛인데 따가운 햇빛을 받으며 일하다 걸리는 병이다. 열사병은 뜨거워진 몸의 열기를 바깥으로 배출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다. 열사병의 '사'도 햇빛을 가리키는데 굳이 발병 원인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어휘같다.
아마 이런 불합리 때문에 누군가 일사병, 열사병을 합쳐 온열병으로 지은 모양인데, 여기서는 온 자가 틀렸다. 따뜻할 온 자가 무슨 잘못인가. 따뜻한 것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

사람은 기본체온인 36.5도 정도를 따뜻하다고 느낀다. 38도까지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면 춥다고 느낀다. 그러다 30도가 되면 의식을 잃고, 25도 이하로 가면 심장이 정지한다. 이를 얼어죽는다고 표현한다.
*** 인위적 혼수상태 온도는 33도 / 바이러스 치료 등 체온이 낮아야 치료에 유리한 질병의 경우 환자의 체온을 인위적으로 33도로 유지하는 '혼수상태치료법'이 있다. 극단적인 치료법이다.

인체에서 말하는 열이란 38도 이상을 가리킨다. 그 이상의 온도로 40도가 넘어가면 위험하고, 43도 이상에서는 사망한다. 체온이 1도 높아질 때마다 대사율이 14%나 증가한다. 즉 14% 대사가 일어나야 올라간만큼의 체온을 감당해낼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이나 환자들은 이런 체온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온열병이란 어휘는 적절하지 않다. 차라리 일사병과 열사병을 합쳐 인체과열증후군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의사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