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기 그지없다'는 거의 한 묶음으로 쓰이는 숙어 같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지'는 무엇일까. 무엇이 없다는 것일까.
우리말에는 과장이 심해서 '~없다'는 표현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의 절반은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 말들이다.
석보상절 등 그지없다는 어휘가 쓰인 예문을 보면 '그지'는 '끝이' 쉬운 발음으로 변한 표기다.
끝이 없이 무한하다, 한량없다는 표현에 두루 쓰인다.
비슷한 경우로 가이없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가> 역시 끝이란 뜻이다. 다만 가없다라는 표현이 맛이 안나니 여기에 주격조사 <이>를 붙어 가이없다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런 중에 가이없다에서 가엾다는 말이 나왔는데, 고난이나 슬픔이 그치지 않고 마음이 아픈 상황이 계속될 때 이런 표현을 쓴다. 그래서 가엾다와 가이없다는 다른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차조기. 자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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