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하고 끝내자>
아침에 유치원에 가면서 외할머니에게 돈을 요구했다.
돈 안 쓰기로 서로 약속했건만.
기윤 : 할머니, 오늘 돈 세 개 줄 거야, 네 개 줄 거야?
세 개는 삼백원, 네 개는 사백원을 말한다. 학원에서 돈 가져오는 걸 하도 단속해서 천원 이상 가지고 다니던 아이가 요즘은 수준이 오백원 이하로 떨어졌다.
하여튼 기윤이 말은 유도심문일 뿐이지만 외할머니는 이런 속임수에 잘 당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외할머니는 이 날만은 속지 않았다.
외할머니 : 돈 안 쓰기로 약속해놓고 왜 돈 달라고 해?
기윤 : 내 돈이니까 달라는 거지.
기윤이가 친척들한테 아양 떨어 받은 돈을 외할머니가 맡는다.
외할머니 : 그래도 안돼.
기윤 : 내 돈 맡긴 거 모두 얼마나 돼?
외할머니 : 2천원.
기윤 : 그럼 몇 개야?
아직 어려서 백원 짜리 기준으로 돈을 셈한다.
외할머니 : 천원이 열 개니까 모두 스무 개. 20개.
기윤 : 그거 다 내놔. 할머니하고 끝내자.
외할머니 : 네 마음대로 해? 그렇지만 한번 끝내면 다시는 돈 안맡는다.
기윤이는 뭔가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화제를 돌린다.
기윤 : 오늘 견학가는데 비가 오네?
- 유치원 다녀와서 외할머니와 함께. 할머니에게 달려드는 놈은 말티즈 도반, 기윤이에게 달려드는 놈은 도쉰이. 두 놈은 기구한 견생을 살아가는 애견일기 등장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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