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할머니, 죽을 때 반지는 빼놓고 죽어
<나더러 케익 사래, 돈도 없는데>
외할머니 : 내일이 엄마 생일이다.
기윤 : 그럼 누가 케익 사와?
엄마 : 네가 사와야지. 네가 하나밖에 없는 엄마 딸이니까.
기윤 : 난 돈 없어.
엄마 : 용돈 받은 거 다 쓰지 말고 모아두었다가 이럴 때 엄마한테 선물해야지.
기윤 : 모을 수 없어. 오빠들이 사달라고 그러고…
중얼중얼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기윤 : 아빠 생일은 언제야?
외할머니 : 27일.
기윤 : 아빠 생일엔 엄마가 케익 사줘. 엄마가 아빠 여보니까.
엄마 : 아빠도 네가 사드려야지. 네가 아빠한테는 하나밖에 없는 딸 아니니?
기윤 : (아빠한테 달려가며) 아빠, 엄마가 아빠 생일에 나더러 케익 사래. 난 돈도 없는데.
아빠 : 그럼 넌 과자를 사줘.
기윤 : (과자가 케익보다 싸다는 것쯤은 알아서, 큰 문제 해결했다는 듯 안도의 목소리로) 알았어.
그러고는 쪼르르 외할머니한테 달려가 따진다.
기윤 : 진작 얘기해주지.
엄마 생일이 내일이라는 사실을 갖고 말하는 듯하다.
외할머니 : 왜?
기윤 : 그럼 내가 피아노학원 갖다 오면서 사오잖아. 엄마 : (다 알면서 또 떠보기 위해) 케익 사온다구?
기윤 : (펄쩍 뛰며) 아, 아니, 과자.
-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맞은 어버이날 쓴 편지. 학교에서 단체로 쓴 모양인데, "사랑해요" 한 마디밖에 없다. 시뻘건 것은 하트인데 엽서 표면이 미끄러워 지저분하게 됐다. 199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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