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조선일보 실용한자 <하야(下野)>, 설명이 부족하다

조선일보가 매일 올리는 실용한자로 오늘은 <하야(下野)> 올랐다. 어휘 하나를 골라도 건성으로 하지 않는 조선일보답게 '순실게이트'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을 염두에 든 한자어로 보인다.


나는 하야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00가지>에 올리지 않았다. 너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하야는 시골로 내려간다의 뜻으로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내 해석은 다르다. 일단 하야는 최고권력자에게만 쓰는 어휘고, 일반 관직을 물러날 때는 낙향이라고 한다. 이 鄕이 진짜 시골이다.


원래 野는 주나라 때 정한 의미로 왕성 밖 200리 ~ 300리 지대를 가리킨다. 아주 먼곳이 아니다. 멀면 鄕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주로 공경대부의 채지가 있는 곳이다. 더 멀리 나가면 귀향 내지 은퇴를 가리키지만 이 지역에 있으면 언제든 왕의 부름을 받아 벼슬자리에 나아갈 수가 있다.


따라서 하야의 야는 들판이나 시골이라는 뜻이 아니라 輿와 野의 그 야다. 여는 왕성을 장악하고 있는 집권세력을 가리키고, 야는 집권하지 못하거나 등용되지 못한 세력을 가리킨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여당이 되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야당이 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시골 당이라는 뜻이 아니라 선거에 져서 대권을 잡지 못해 다음 기회를 노리는 세력이라는 의미다. 총선 1당은 여당이라고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대권이 중심이다.


野는 이렇게 뭔가 정통이 아닌, 힘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야합(野合)이라고 하면 정상적인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남녀가 정을 통하는 것을 가리키고, 재야(在野) 인사라고 하면 들판에 사는 농부라는 뜻이 아니라 '정권을 잡지 못하여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거나 혹은 등용을 기다리는 정치인'을 가리킨다.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00가지>의 향(鄕) 설명

사전에서는 정말 보기 어려운 정보임.


향(鄕) - 집 5채를 軌, 궤 10개를 里라고 한다. 4리를 連, 10련을 비로소 鄕이라고 한다. 군사를 징발하는 기준으로 쓰인 건데, 향에서는 군사 2000명을 모집할 수 있다.





- 하야(下野)가 무슨 뜻인지 몸소 보여준 <친일극우세력만의 국부> 이승만. 하와이로 몰래 도망가려고 새벽 비행기에 오르는 이승만, 1960년 5월 29일. 3.15 부정선거로 대통령된 지 2개월 보름만에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역사국정화 하느라고 바빠서 잘 모를까봐 알려주는데, 한번 비행기 타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