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설민석이라는 사람이 무슨 방송에선가 고자들이 수다 떨어서 고자질이라고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 걸 민간어원설이라고 한다.
나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를 썼는데, 어원이라고 하면 누구 주장이든 유심히 들여다본다.
설 씨가 말한 고자는 鼓子이고, 고자질의 고자는 告者다. 따라서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
한편 어원 사전을 펴낸 누군가가 진시황의 내시였던 조고가 설치면서 환관내시를 조고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고자라 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조고의 고는 高라서 역시 鼓子와는 상관이 없다.
그래서 나는 사색당파로 어지러웠던 조선시대 정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왕이나 고관대작에게 아랫사람의 비밀을 '일러바치는' 의미의 告者가 있었을 것이고(실제 엄청난 사례가 있다), 여기에서 고자질이라는 어휘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자질의 용례는 반드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일러바치는 것'을 가리킨다.
사진 / 내시들의 거세 상태를 실제 점검하기 위해 청나라 내시들을 점검중인 장면. 고환이 비었다 하여 속이 빈 것을 뜻하는 북 鼓를 써서 고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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