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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나는 절대로 '그녀'를 쓰지 않는다

어제 진철문 선생과 저녁을 먹고 일본어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오래 전에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1995년 초판, 현재 3판)>를 만들면서 이 친일 어휘가 등장한 시기를, 친일작가들의 동인지나 다름없는 <창조> 첫 호가 나온 1919년 2월로 특정한 바 있다.
그때부터 나는 절대로 '그녀'를 쓰지 않는다. 이건 내 소신이지 다른 이에게 쓰지 말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훗날 언젠가는 어원 문제가 불거져 아무 생각없이 이 친일어휘 '그녀'를 쓴 사실조차 부끄러워지는 날이 오리라고 본다.


한편 진철문 선생은, 남성 대명사로 그이, 여성 대명사로 경기도 방언인 그니를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주장하였는데,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같아 나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종결어미 '~이다'를 친일작가 김동인이 처음 만들었다고 본인이 주장했는데, 그건 그가 궁중어 연구를 한 바가 없어 잘 몰랐던 것같다. `이다', '~니이다'는 궁중어로 쓰이던 종결어미다. 국어학 논문 중에도 이 사실을 모른 채 김동인이 만들었다고 적은 게 꽤 있다.

<나는 왜 ‘그녀’를  쓰지 않나>


- 적극적인 친일 소설가 김동인(왼쪽), 1919년 2월 토쿄에서 그가 주도하여 만든 동인지 창조. 일본에서 두 번 발간되었는데 여기에서 김동인은 일본어 彼女를 '그녀'로 베껴썼다. 오늘날 이 친일작가는 친일언론인 조선일보에서 제정한 <동인문학상>으로 기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