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막은 소련 방공 장교 Stanislav Yevgrafovich Petrov - 자기 일에만 전념하면 전쟁도 막는다 육이오전쟁이 일어날 때 하필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무능하고 탐욕스런 이승만이었고, 국방장관은 더 무능한 신성모, 육군참모총장은 일본군 출신 채병덕이었다. 전쟁난 지 이틀이 지난 6월 27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방장관이란 자가 "전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할 정도의 문으한 인물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채병덕 육군참모총장은 전쟁 나기 하루 전에 전방지휘관을 대거 교체하여 전쟁 당일 위치에 있지 않은 지휘관이 많았다. 더구나 그는 정보국에서 남침 경고 보고를 수차례 올렸지만 번번이 무시하고, 다급한 나머지 육사생도 489명을 25일 오후 즉시 포천전투에 투입하기도 했다. 아, 이런 중에도 포천에서 적을 정면에서 맞닥뜨린 제7사단 9연대장 윤춘군 중령은 전날 국방부에서 내려온 외출 외박 전명 허용 명령에도 불구하고 38선 상황이 이상하다는 정보보고를 주의깊에 살피면서 전원 영내대기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또 춘천 주둔 제6사단 7연대장 임부택 중령은 6월 19일에 귀순한 북한 병사로부터 전쟁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색대를 보내 적정을 탐지했다. 과연 화천-신포리 도로에 인민군이 400대의 차량과 1개연대 병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단장 김종오 대령에게 보고하고, 김종오 대령은 육본에 보고했지만, 육본은 이 날 전선에서 날아오는 모든 정보를 묵살하고 예정대로 군 지휘관을 대대적을 교체하고, 마침내 댄스파티를 열었다. 하지만 임 중령과 6사단은 육본 지시를 묵살하고 전쟁준비에 돌입, 마침내 인민군이 춘천 방어선을 뚫기 까지 1개 연대만으로 적 2개 사단을 막아내 유엔군이 참전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냈다. 그렇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다면 전쟁도 두렵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무거운 직책을 갖고 앉아 있으면서 자기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국가는 위기에 빠지고 겨레는 도탄에 빠지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신성모 국방장관, 채병덕 육군참모총장 같은 인간들이 최고지휘권을 갖고 있었으므로 육이오전쟁은 피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임란 때 일개 호남좌수사에 불과한 이순신 한 사람이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준 덕분에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처럼. 이처럼 나라를 구하는 사람은 왕이나 대통령, 장관 따위가 아니다. 계급이 높지도 않다. 겨우 흔해 빠진 중령이다. 이순신도 요즘 계급으로 치면 해군 중령에 불과하다. - 왼쪽은 윤춘근 중령이 준장으로 승진하여 첫 사단장을 맡은 12사단 심벌. 오른쪽은 임부택 중령으로 1군단장까지 승진했으나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에 의해 예편당했다 - 3차대전 발발 여부가 자신의 손가락 하나에 달려 있던 한 남자의 처신 1983년 9월 26일, 소련 핵전쟁 관제센터에 비상벨이 울렸다. 미국에서 발사한 ICBM 5발이 소련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경보가 뜬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고, 9월 1일에는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고가 일어나 미국 하원의원 로렌스 맥도널드를 비록한 탑승객 269명이 전원 사망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NATO는 11월 2일부터 전면적인 선제 핵공격 <Able Archer 83>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있었다. 전두환 군부정치에 시달리던 우리나라는 곳곳에서 소련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긴박한 정세였다. * 대한항공 007기가 소련 영공에 침입하여 사고가 난 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민간 항공기에 군용 GPS 기술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오늘날 쓰는 GPS는 대한항공기 피격으로 숨진 269명의 목숨 덕이다. 대한항공기 피격 사건은, 미국에서 Shootdown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방영 금지되었다. 미국에서 발사한 ICBM 5발이 소련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그 시각, 소련공산당서기장 유리 안드로포프는 지병이 악화돼(다음해 2월 9일 사망) 군통수권을 지휘할 처지가 아니었다. 핵전쟁 관제센터 당직 장교는 바로 페트로프 중령. 대령도 아니고 장군도 아니고 중령이었다. 어느 나라고 정작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에는 이처럼 중령이 앉아 있다. 그 이상의 지휘관들은 모스크바에 머물며 정치를 하거나 무슨 본부 등에 놓인 회전의자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프 중령은 단 몇 분 내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그에게 있었다. 상관의 지휘를 받을 시간조차 없었다. - 미국의 북미항공사령부. 그는 붉은 경고등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 이 모든 정보를 머리에 넣고 계산해보았다. "미국이 만일 소련을 공격하기로 작정했다면, 소련의 반격을 고려해서라도 수백 발을 동시에 쏠 것이다. 그런데 다섯 발 뿐이다. 이 정도라면 우리도 충분히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이는 우리 컴퓨터 오류일 것이다." 그는 발사코드에 최소 명령을 내리고, 상부에 이렇게 보고했다. - 컴퓨터 오류로 보인다. 몇 시간 뒤 인공위성이 햇빛을 잘못 인식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소련 군부는 컴퓨터 오류 사실이 미국에 알려질까 두려워 페트로프에게 상을 주기는커녕 그 즉시 전역조치시켰다. 하지만 1급 군사기밀로 분류되던 이 사실은, 소련이 해체된 뒤인 1998년에 밝혀졌다. 전세계가 그의 이름을 찬양하고, 유엔은 그에게 세계시민상을 수여하고, 2012년에는 독일드레스덴우호협회가 주는 분쟁 및 폭력 해결을 위해 노력한 사람에게 주는 드레스덴상을 주었다.(박근혜가 드레스덴에서 통일 대박 운운한 건 이런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지만, 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페트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 그것은 내 임무였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 아래 영화는 이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2015년 대한민국 EBS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다. 전편은 EBS에서 볼 수 있다. -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의 페트로프.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지금도 생존해 있다. 인류는 대단한 영웅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올바르게 판단해서 행동하는 인간이 필요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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