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폭력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반 독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어려운 한자어나 사자성를 쓰거나 외국 속담을 설명없이 쓰는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에 <푸틴이 미국 향해 올리브 가지 내밀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아무 데도 설명이 없다. 중앙일보 기사에 이런 일이 잦다. 말은 소통하기 위해 쓰는 수단이지 지적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 쓰는 게 아니다. 작가연습생들이 처음에 글 쓰는 걸 보면 쥐어짜듯이 이상한 비유를 만들어내고, 사전 찾아가며 어려운 한자어를 쓰는 일이 많은데 기자들도 그런 것같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말은 쉽고 내용이 깊어야 한다. 그렇게 잘난 척하고 싶으면 라틴어를 배워 혼자 써도 된다.
* 올리브 나무가지를 내밀다
Extend the olive branch
- 적이나 사이가 틀어진 상대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다, 화해를 제의하다
- “I thought it was about time I went over there and extended the olive branch.”
이쯤되었으면 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겠어요.
- 성경에서 유래한 숙어다. 창세기에 여호와가 타락한 인간들을 홍수로 멸망시키자 노아가 방주에 생물을 태워 바다로 나아간다. 그러던 중 노아가 비둘기를 날려보내는데 머지 않아 이 비둘기가 올리브 나무가지를 물고 돌아온다. 그제야 홍수가 끝나고 땅이 드러났다는 걸 알게 된다. 이때문에 올리브 나무가지는 평화를 상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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