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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중국에 선 왕조를 부르는 호칭 ~나라

우리는 중국대륙에서 일어났다 꺼진 여러 왕조를 가리킬 때 무슨 나라라고 부른다.

주나라, 한나라, 위나라, 촉나라,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이다.

누가 처음에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역사소설을 쓸 때 이 명칭을 따른다.

하지만 사전적으로 옳은 표기는 아니다. 달리 대안이 없어 따를 뿐이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 진(秦)은 본디 천하(天下)라고 불렸다. 그 이전의 하(夏) 상(商)은 아주 작은 부족국가 수준이었어도 마찬가지로 천하였고, 황하 이남에서 황하 이북까지 그 중간지대만 차지한 주(周) 역시 천하라고 스스로 여겼다.

천하란, 국경이 없는 온 세상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하, 상, 주, 진까지는 정말로 자기들만 세상에 사는 줄 알고 이랬다.

물론 그 이후 한, 당, 송, 원, 명, 청은 다른 나라가 있다는 걸 알고도 짐짓 천하인 척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夏國, 周國, 漢國 등의 명칭이 없는 것이다. 다만 淸에 이르러 천하 개념을 잃고 淸國이라고 쓰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도 中國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이 비로소 하늘 아래에 여러 나라가 있다는 걸 깨우친 셈이다.


어쨌든 國 위에 天下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경이라는 땅의 경계를 가졌으면 비로소 國이 된다. 그러므로 국은 제후국을 가리킨다. 晉國, 齊國, 燕國처럼 부른다. 

문제는 우리말 '나라'는 천하와 國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원을 따라가보면 천하에 가깝지만 굳이 그렇게만 쓰이지도 않았다.


국 다음의 단위는 家다. 晉國의 경우 趙家, 魏家, 韓家 등 3가가 연합한 것으로, 나중에 3國으로 나뉘었다. 家는 일종의 성이 같은 사람의 연합체다. 이후 家도 더 작은 단위로 나뉘는데 그것이 族이다. 족도 규모에 따라 부족이나 씨족으로 나눈다. 특히 유목민족의 경우 부족과 씨족 단위로 몰려다녔기 때문에 그대로 군대가 되기도 했다. 여진족의 경우 이를 군사적으로 더 쓸모있게 조직하기 위해 성씨 위주로 하되 만호, 천호, 백호 등으로 조직화했다.


따라서 중국의 하상주 3대와 진나라는 천하였으며, 國이 아니었다는 점은 상식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 秦의 수도였던 서안. 이 왕조는 국경 개념 없이 하늘 아래 모든 땅이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