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7 (목) 08:12
심란하여 일찍 눈이 떠지길래 마당으로 나갔다. 새벽 다섯 시 반.
으레 현관문 앞에 넝쿨진 나팔꽃들이 아침 인사를 할 줄 알았는데, 다들 삐진 입처럼 뾰로퉁해 있다.
날은 밝아 먼 산빛이 푸르고, 흰구름까지 유유히 흘러가는게 다 잘 보이는데, 나팔꽃은 아직 잠들어 있다.
까치들은 찾아올 손님 하나 없는 데도 떼를 지어 울부짖건만 우리집 나팔꽃은 아직 졸린 모양이다.
유행가 노랫말에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처럼'이라는 게 있는데 나팔꽃은 아침에 피는 게 맞기는 맞다. 그런데 좀 게을러서 이른 아침에 피진 않고 대략 7시 30분 정도는 돼야 잎을 활짝 편다. 그러니까 요즘 날이 밝는 다섯 시에서 여섯 시까지는 피지 않고 피려고 기지개를 켤 뿐이다. 그래서 만개한 꽃잎의 절정은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에 구경할 수 있다. 그러다가 열시 무렵에는 다시 입을 다문다. 그러니까 저녁에 진다는 말은 틀린 것이다.
- 넌 뭐가 불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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