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자 국내외 최신 정보들을 취재 했습니다. 아기들은 생후 6주만 되면 엄마와 눈을 마주 치고 방긋방긋 웃기 시작한다. 아기들의 웃음은 참 사랑스럽다. 세상의 모든 선량함이 녹아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학이 바라보는 시각은 참 냉정하다. 아기들의 웃음을 ‘사회적 웃음(social smile)’이라 칭하며 그저 귀엽기보다 처절한 생존경쟁의 과정을 거친 진화의 산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부모 등 자신을 돌보는 사람에게 애정을 유발해 젖을 주는 등 ‘살려달라는 애절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실제 아기들의 웃음은 지극히 본능적이다. 뇌 아랫 쪽 깊숙이 위치하며 성욕과 식욕 등 본능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편도체(amygdala)란 부위에서 아기들의 웃음을 관장한다. 편도체란 곳이 망가지면 아기들은 웃음을 잃게 된다. 진화론은 이렇게 해석한다. 수백만 년 전 편도체를 통해 본능적으로 아기를 웃게 하는 유전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유전자가 있었는데 전자가 적자생존의 과정을 통해 살아남게 됐다는 것이다. 편도체가 흥분하면 뇌하수체를 통해 옥시토신(oxytocin)이란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을 포함해 우리 뇌를 적셔주면 애착형성 등 이른바 개체의 사회성이 올라간다.
아기들의 웃음뿐 아니다. 모성애도 마찬가지다. 편도체를 파괴시킨 암컷쥐는 새끼쥐에 무관심하다. 새끼쥐가 고통으로 비명을 질러도 쳐다 보지 않았다. 그러나 옥시토신을 주사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냥한 어미의 모습으로 돌아와 새끼쥐를 돌본다. 이성간 짝짓기도 마찬가지다. 2014년 저명한 과학잡지 셀(Cell)은 쥐에서 옥시토신 수용체가 내측 전전두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에 있고 이곳을 차단하면 암컷쥐는 레고블록을 쌓는 등 곁에 있는 수컷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록펠러대학의 연구결과를 실었다.
천진난만한 아기들의 웃음부터 고귀한 모성애와 뜨거운 이성간 사랑도 모두 뇌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호르몬 분자의 작용이란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대 정신의학이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이다. 자폐증은 편도체를 비롯한 뇌기능의 이상으로 사회성을 잃게 된 질환이다. 빠르면 생후 6개월부터 조짐을 보인다. 엄마의 눈과 마주치지 않고 웃지 않는다. 옹알거리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이 가리키거나 말하거나 쳐다보는 것에 함께 동참하는 이른바 합동주시 반응도 없다. 눈치가 없고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며 목소리의 톤이 단조롭다. 다른 사람의 일에 일절 무관심하며 또래 집단과 관계형성이 어렵다.
상동행동이라 불리우는 의미없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자폐증의 중요한 특징이다. 손가락을 튕거거나 꼬는 것, 손뼉 치기, 빙글 빙글 돌기, 아래 위로 뛰기 등을 반복한다. 관심사나 언어는 지극히 제한적인 주제로 고정되어 있다. 예컨대 하루 종일 지구멸망이나 공룡, 자동차 이야기만 하는 식이다. 자폐증의 원인은 모른다. 그러나 유전적 소인이 높은 질환이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70-90% 일치하며 환자에 있을 경우 형제간 나타날 확률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25배나 높다.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사회성을 관장하는 편도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도록 유전자의 조합이 이뤄진 탓으로 본다. 자폐증은 솔직히 현대의학도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첨단의학시대임에도 자폐증 치료제로 공인된 약물이나 수술은 아직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차선책은 존재한다. 자폐증에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경희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반건호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소아정신과 분과 교류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Nisonger 자폐센터 방문교수
1. 환자를 희화화하면 안 된다
자폐증은 위중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받는 고통이 크다.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 자폐증 환자를 천재로 묘사하는 것은 곤란하다. 여기엔 1988년 개봉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레인맨(Rain man) 탓이 크다.
영화 ‘레인맨’
영화에서 자폐증 환자 역할을 맡은 더스틴 호프먼은 엄청난 기억력을 지닌 천재로 묘사된다. 물론 자폐증 환자 가운데 기억력이나 계산, 절대음감 등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말레이지아의 한 자폐 어린이는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항공사진을 촬영하듯 지형을 그려내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소수이며 대부분 지능지수가 낮고 사회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킴 피크(Kim Peeke)
레인맨의 실제 주인공인 킴 피크(Kim Peeke)는 진단이 잘못 내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 58세로 사망했는데 자폐증이 아니라 사회성 결핍과 과잉행동, 대두증을 보이는 FG증후군이란 희귀 유전질환이었다. 언론에선 천재를 뜻하는 서번트(savant)란 용어를 써서 비범한 재능을 가진 자폐증을 서번트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하나 이것 역시 정식 학술용어가 아니다.
2. 단일질환이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한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이 5번째로 개정됐다. DSM-5라 불리우는 이 개정에서 과거 자폐증(Autism)과 아스퍼거(Asperger) 증후군 등 다양한 자폐관련 단일질환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란 하나의 카테고리로 통합됐다. 가령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람들과의 애착형성과 공감 등 사회성만 문제될 뿐 지능과 언어기능은 정상이다. 일부 전문가는 철권통치를 휘두르고 있는 냉혈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이 주장이 맞다면 푸틴 대통령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란 소리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도입배경은 단일질환으로 나눠 접근하기보다 사회성 결핍이란 공통분모로 묶어 하나의 질환군으로 설명하는 게 치료와 관리 등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반건호 교수는 요즘은 한술 더떠 ‘사회기능부전 스펙트럼’이란 용어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최근 일본에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히키코모리(hikicomori)도 넓은 의미의 자폐 스텍트럼 장애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히키코모리란 외톨이형 은둔자를 말한다. 하루 종일 집안의 방에 갇혀 게임 등 관심있는 분야에만 몰두하고 대인기피와 사회생활 중단 등 극단적인 나홀로 삶을 고수하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현대 정신의학이 극단적이고 전형적인 자폐증이든 환자라고까진 말하기 힘든 히키코모리이든 스펙트럼은 넓지만 ‘사회 부적응’을 치료와 개입이 필요한 질환과 증세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가 온갖 기행을 일삼던 미국 재벌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다. 자신이 먹는 땅콩의 크기가 강박적으로 일정해야 했으며 자신이 제작한 영화의 여배우 의상에서 젖꼭지가 드러난다며 트집잡기도 했다. 일년 내내 네바다주 데저트인 호텔에 기거하면서 외출을 삼갔고 비행기 조종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다. 말년엔 수염과 손톱을 깎지 않고 극도로 불량한 위생상태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다가 40kg의 깡마른 시신으로 홀로 발견된다.
세계적인 부호였지만 한평생 그의 곁엔 가족도, 친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현대 정신의학은 그의 사회성 결핍이 자폐증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생각보다 많다. 미국자폐협회는 68명 가운데 1명이란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1년 김영신 등의 조사결과 100명당 2.64명 꼴로 나타났다.
3. 아버지의 나이가 중요하다
자폐의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위험요인은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다. 엄마의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시 저산소증, 산모의 생활환경 속에 살충제나 공기오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가장 명확한 것이 부모의 나이, 특히 아버지의 나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 7개 국가 어린이 570만명 가운데 자폐로 밝혀진 3만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다국적 대규모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분자정신의학저널 2015).
이 결과 50세 이상 아버지는 20대 아버지보다 자폐 자녀 출생확률이 66%나 높았다. 40대 아버지도 28% 높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어머니의 나이다. 10대 어머니는 20대 어머니보다 오히려 15% 높았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정자가 나이가 들수록 유전적으로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10대 어머니에게 자폐 자녀 출생 비율이 높은 것은 10대 산모의 산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탓으로 해석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모의 나이가 위험요인은 맞지만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이며 추위는 위험요인이다. 아무리 추워도 바이러스가 없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50세 이상 아버지에서 출생한 자녀라도 자폐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고령 부모라고 해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통계적으로 고령 부모 특히 아버지의 연령이 중요한 만큼 기왕 자녀를 출산할 계획이라면 가급적 젊은 연령에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 중 철분이 부족하면 자폐증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역학저널지는 2014년 빈혈산모의 자폐자녀 출생률이 5배나 높다는 캘리포니아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산모가 빈혈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겠다.
최근 미국 공화당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주장한 백신 음모론은 사실무근이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 홍역 등 예방을 위한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1998년 영국 웨이크필드 박사가 의학잡지 랜싯에 발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추후 연구를 통해 이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2010년 랜싯은 논문을 철회했으며 웨이크필드박사는 의사면허를 박탈당했다.
영국의학잡지 BMJ는 이 사건을 지난 100년간 의학계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선 어린이 백신에 들어가는 부패방지용 보존제인 티메로살의 수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소아과학회는 1999년 이것이 사실무근이며 백신접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백신은 특성상 수백만 명이 맞게 되며 접종 시기와 맞물려 우연히 자폐 등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지만 밥 먹고 간질발작이 왔다고 밥이 간질발작의 원인은 아닌 만큼 자폐증 때문에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터무니없는 음모론 때문에 2007년 영국에서만 971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고 미국에서도 최근 홍역 사망자가 나타났다.
4. 약물은 보조적이지만 필요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즉 편도체 기능을 개선시키는 약물은 미국 FDA를 비롯한 어떤 기관에서도 승인된 바 없다. 많은 자폐증 부모들이 절망하는 이유다. 그러나 약물은 선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다양한 동반증세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행동을 의미없이 반복하는 상동행동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변기 물소리 등에 지나치게 흥분하며 과잉반응하는 자극과민성 장애, 틱과 경련장애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들 모두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증세들이며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동반증세들은 다행히 리스페리돈이나 몇 가지 SSRI계열 치료제 등 기존 정신과 약물들에 의해 조절이 가능하다. 약물치료의 걸림돌은 엉뚱하게도 건강보험제도다. 예컨대 상동행동 등 증세 완화를 위해 처방되는 약물치료가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일선 의료현장에선 조현병이나 우울증 진단을 붙이고 약을 타야 한다. 100% 환자가 약값는 본인이 부담해야하며 발각 시 약값은 전액 병원이 환불해야 한다.
자폐환자 가운데 자기 눈을 때리거나 머리에 벽을 세게 부딪치는 충동적 자해행위도 있다. 이 경우 날트렉손(naltrexone)이란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치료의 효과가 10명중 1명에게 비교적 드물게 나타난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수준에서 도움되는 치료가 분명히 있는데 건강보험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5. 핵심은 치료보다 돌봄(care)이다
자폐증 환자 가운데 예외적으로 사회적응을 잘해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동물학자 템플 그란딘(Temple Grandin)이다. 2세 때 자폐 진단을 받았으며 4세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학교에선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하여 ‘테이프레코더’란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동물의 감정을 읽는 특별한 능력으로 동물복지분야에서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낳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들이 가장 덜 스트레스를 받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설계하기도 했다. 미국 내 축사 설계와 디자인의 많은 부분이 그녀의 영감에서 도출됐다. 현재 미국 콜로라도대학 동물과학 교수로 있으면서 2010년 미국잡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TED 강연을 통해 자폐증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지적하기도 했다.
동물학자 템플 그란딘(Temple Grandin)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란딘과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2005년 자폐증 환자를 다룬 우리나라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씨는 현재 분당의 한 커피숍에서 서빙일을 하고 있다. 자폐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진호 선수는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마찬가지로 서빙일을 하고 있다. 서빙일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 독립적 경제활동이 어렵고 가족이나 간병인의 돌봄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2006년 하버드 보건대학원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환자 1인당 평균 4백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됐다.
내역을 보면 10%가 의학적 치료였으며 30%가 특수치료, 60%가 환자와 가족 등의 노동력 손실이었다. 미국자폐협회는 2015년 자폐증 때문에 미국에서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이 무려 2,680억달러나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비용은 나날이 늘어나 2025년엔 1조달러(한화 1100조원)에 달하리란 추정이다. 돌봄의 핵심은 언어기능의 습득이다. 현실적으로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일반학교보다 특수학교를 가게 되는데 이때 언어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평생 반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봄은 가족의 몫에만 떠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와 공적부조 차원에서 지원될 필요가 있다. 올해 11월 시행될 발달장애인특별법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해당가구 7340가구에 연 20만원의 휴식지원 프로그램이 지원된다.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 실제 자폐가족들에게 도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보다 현실적인 예산편성과 재활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6. 대체의료는 안전성과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자폐의 공인된 치료법이 없는 만큼 대체의료에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폐에 도움된다는 대체의료는 종류가 워낙 많지만 최소한의 근거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동안 기대를 모았던 세크레틴 호르몬요법은 이미 무작위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 없음이 검증됐다. 나머지 대체의료 가운데 무작위 임상연구(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실제 약과 가짜약을 연구자와 환자가 모르게 투여한 후 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하는 연구)까지 거치지 않았지만 관찰연구(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하고 치료전후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연구로 무작위 임상연구보다 간편하지만 인과관계 입증효과는 약하다)에서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들은 오메가3와 비타민C, 비타민 B6, 멜라토닌, 글루텐 없는 곡류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비용이 비싸지 않고 안전하므로 한번쯤 시도해봄직 하다. 그러나 킬레이트 요법이나 고압산소요법 등은 치료효과의 근거수준이 낮아 권장할만한 단계가 아니다. 특히 킬레이트 요법은 부작용으로 사망사고까지 보고된 만큼 주의를 요한다. 현재 대체요법 가운데 가장 각광받는 것은 옥시토신 호르몬과 브로콜리에 많은 설포라판(sulphoraphane)이다.
옥시토신 분자구조
옥시토신은 자궁수축과 유선수축으로 모유를 나오도록 유도하는 작용으로 이미 의료계에서 사용 중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실험에서 애착형성 등 사회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2013년 PNAS지는 미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비강내 스프레이 형태로 옥시토신을 투여한 결과 MRI를 통해 사회성 향상이 관찰됨을 확인했다.
또 예일대 연구진이 17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소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심하지 않는 중간 정도 자폐증의 경우 MRI에서 마찬가지로 사회성 향상효과가 나타났다. 즉 자폐 어린이에게 사람들 눈과 자동차 등 기계 사진을 보여주고 뇌반응을 살핀 결과 사람들 눈엔 반응이 올라가고 자동차 등 기계 사진엔 반응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물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다는 것은 자폐증이 좋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결과다. 매일 양쪽 코에 한번씩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뿌린 결과다. 옥시토신 스프레이는 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의 하나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전없이 아마존 등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10ml, 100회분이 35달러 내외로 판매되며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희망적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추후 검증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건강기능식품으로 시판하는 스프레이 형태의 옥시토신은 산부인과에서 분만유도나 수유촉진에 쓰는 주사제와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안전하지만 만의 하나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결과는 증세가 심하지 않은 가벼운 자폐증 위주로 효과가 나타났을 뿐이다. 현재 미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옥시토신의 효능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SOARS-B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병원 등 연구진이 참여한 가운데 3세에서 17세사이 자폐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옥시토신 스프레이과 가짜약을 투여해 효능을 가린다. 조만간 이 결과가 발표되면 옥시토신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최종 판명될 예정이다. 브로콜리의 설포라판도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자폐증의 대체요법이다. 미국 과학잡지 PNAS는 2014년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병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브로콜리 속 주요성분인 설포라판이 자폐증상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준다고 발표했다.
40명의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실제 설포라판과 가짝약을 무작위로 18주에 걸쳐 매일 1-3알(50-150 마이크로몰 설포라판) 씩 캡슐에 담긴 영양제의 형태로 투여한 결과 행동반응과 대인관계, 언어기능 등 사회성이 개선된 것을 관찰했다. 설포라판 영양제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사회성 개선효과가 사라지고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연구진이 밝힌 설포라판 제제는 브로콜리 새싹 추출물(Broccoli sprouts extract)로 새싹에 다자란 브로콜리보다 20배나 많은 설포라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체중이 작은 환자에겐 50 마이크로몰(8.8 mg)씩 성인 체중에 가까운 환자에겐 150 마이크로몰(26.6 mg)씩 투여했다. 설포라판은 특유의 항산화 작용과 함께 신경 염증을 줄이고 미코콘드리아 기능을 활성화하는 기능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설포라판 제제가 정말 자폐환자의 사회성 향상에 도움주는지에 대해선 좀더 정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설포라판 제제가 10달러 내외로 매우 값이 싼 영양제의 형태로 아마존 등에서 구입가능하다. 건강기능식품이므로 과량 복용만 아니라면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현재 자폐증에 도움되는 약물이 전무한 상태이므로 조심스럽지만 시도해봄직 하다고 말하고 싶다.
영양제보다 더욱 권장하고 싶은 것은 당연히 브로콜리를 식품의 형태로 먹는 것이다. 브로콜리는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건강식품이며 비단 자폐증의 사회성 향상뿐 아니라 자폐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주 먹어줄 것을 적극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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