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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오이는 오이맛이 있어야 오이다

수자타는 어진 여인이다.

강물을 건널 줄 알며 아이를 기를 줄 알며 대중을 돌볼 줄 알며 어디에 머무를 줄 알며 어디를 떠날 줄 알며 무엇을 얻을 줄 알며 무엇을 버릴 줄 아는 법을 아는 여자이다.

어느 따뜻한 봄날, 깡마른 수수깡 같은 몸에 매달린 도넛츠 같은 바퀴가 덜컹이는 기차에 몸을 싣고 시시때때로 울어대는 요란한 핸드폰 소리에 푹 파묻혀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잠은 자지 않는 신기한 상태로 시장에 사는 유마라는 장사꾼을 찾았다.

 

수자타가 유마의 집 마당에 들어 섰을 때에 유마는 마침 갓 양치질을 끝낸 뒤 세레타이드250이라는 천식 흡입약을 고개를 젖히고 길게 들이 마시고 있었다. 벌써 2년하고도 3개월 째 매일 아침 저녁으로 그러고 있는 것이다. 수자타는 유마가 놀라지 않게 미리 신호를 주는 뜻으로 예의 그 굽낮은 구두에 힘을 주어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 갔다.

 

수자타: 유마님 오랫 만이네요. 아직도 약을 흡입하시네요? 언제까지 해야 한대요?

 

유 마: ^^ 글쎄다. 지난 번 의사샌님께 나도 물어 봤더니 샌님 말씀이 올 겨울만 지나고 한번 약을 중단 해 보자고 하기는 하더라만… 하도 겁이 나서 그래도 괜찬을지는 모르겠구나.

 

수자타: (약간 놀리는 투로) 유마님은 마음이 모든 것을 다 만든다는 것을 아시면서 그까지 천식병 하나 다스리지 못하시고 약물에 의존하세요? 사람들은 다 탁 놓고 산다고 하는데요..

 

유 마: 그러게 말이다.

 

수자타: 왜 그러는 거예요?

 

유 마: ^^ 수자타야, 중생은 중생심으로 살아야 한 맛이다.

부처는 불심으로 살아야 한 맛이다.

오이는 오이맛이 있어야 한 오이이다.

망고는 망고맛이 있어야 한 망고이다.

내가 중생의 몸으로 중생의 마음을 가지고 생로병사를 일으키는데 그게 뭐가 잘 못 되기라도 한 거냐?